며느리는 정말 남편·어머니·시어머니 살해했나… 대만 유일 여성 사형수의 진실

사형수를 다룬 논픽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잔인한 사건 자체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1969년 미국에서 일어난 찰스 맨슨 연쇄 살인 교사 사건을 담당 검사가 재구성한 '헬터 스켈터'는 7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유명 영화감독의 부인을 포함한 피해자나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집단 범행 등 호기심을 끌 요소들이 가득한 사건이었다.
역시 베스트셀러인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가 다룬 미국 캔자스 시골의 일가족 피살은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지만 '헬터 스켈터'만큼 대중의 관심을 끌 요소는 많지 않았다. 대신 작가가 범인들의 내면을 좇아간 소설적 기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주목받았다.
대만의 사형수 이야기를 다룬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은 친족 연쇄 살인이라는 사건의 극악무도함만으로 관심을 끌 만하다. 게다가 기자인 저자가 사형수와 면회,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벌이는 심리전, 사형수 주장대로 법원 판결과 다른 진실이 있는지 독자적인 취재로 찾아가는 과정 등이 흥미로움을 더한다.
린위루(45)는 2008, 09년에 걸쳐 어머니와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2013년 최고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는 대만에서 23년 만에 나온 여성 사형수이자 현재까지 수감 중인 유일한 여성 사형수다. 수사 당국은 도박에 빠져 피해자 명의로 거액의 보험을 가입해 이를 타내려 한 계획 살인을 의심했고 그 내용으로 기소했다. 법원의 확정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사형수로 수감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을 대만의 사법계와 인권 단체가 주목하는 이유는 인정된 범행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데도 수사 초기부터 희대의 살인마 며느리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판결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게다가 정신감정에서 린위루는 경도의 지적장애를 보여주는 지능지수가 나왔는데 인정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은 사형제도가 유지·집행되는 나라여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에 더해 적어도 남편 살해는 인정하는 이 여성이 범행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면 대만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그의 사형 판결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명료하게 알기 힘들다. 2심의 무기징역 판결이 3심에서 사형으로 바뀌는 과정을 "사기 도박"에 빗댄 변호사 주장만 간단하게 소개될 뿐 과연 그런 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주장은 법원 판단에 앞서 이미 감정의에 의해 부정되었다. 책이 사형제 폐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도 아니다.
책에는 린위루가 썼다는 자서전 형식의 글이 상당 분량으로 실려 있는데 거기서 그는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남편이 죽였으며 자신이 그들의 보험을 든 것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글에는 저자가 찾아내길 바랐던 조손 가정 문제, 남아 선호 사상, 가정폭력, 친족 간 성폭력, 동성애, 빈곤, 무엇보다 대만의 고질병인 사설복권 문제 등의 '메시지'가 적지 않게 담겨 있다.
문제는 그 글이 논리적이고 매끄러우면서도 단번에 알아차릴 오류나 과장 때문에 저자마저 교도소 동료들의 이야기를 짜깁기 해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사형수의 주장을 뒷받침할 취재원도 제한적이고 어렵게 만난 사람들의 증언마저 엇갈렸다. 결국 저자가 내린 결론은 허탈하게도 "진실은 공백"이다.
저자에게 자꾸 돈을 요구하고 심지어 취재 편의를 위해 옥중 결혼하자는 사형수와 밀고 당기는 과정은 흥미롭다. 대만에서 여러 출판상을 받은 것은 이런 갈등 장면과 취재 과정의 고민을 토로하는 저자의 글솜씨 덕분이 아닐까 싶다.

김범수 선임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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