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육박, 지금 팔아야 할까 [김학균의 시장읽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 5. 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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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조정은 추세 전환의 가늠자…‘잔파도 타기’ 경계
‘한발 늦게’ 대응이 정답…“머리 아닌 어깨에서 내려와야”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작년 이맘때 2000포인트대에서 움직이던 코스피가 단기간에 240% 넘게 급등하며 어느덧 8000포인트를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아찔한 상승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흐름이 마치 사상 유례없는 강세장처럼 느껴진다. 시장 참여자들은 흔히 "이 정도면 너무 오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체감적으로도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강세장은 대개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은 늘 대중의 평균적인 상상력을 초과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코스피 지수가 8000포인트까지 근접했던 5월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시사저널 임준선

상상 초월한 강세장의 순환

1980년대 이후 한국 증시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아홉 차례의 순환적 강세장(cyclical bull market)을 경험했다. 지금의 상승세가 무섭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가장 강력했던 1985년부터 1988년까지의 '3저 호황' 국면 당시 저유가·저금리·저달러 환경 속에서 코스피는 무려 666% 상승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비현실적인 숫자처럼 느껴지는 수치다.

두 번째로 강했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상승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고성장의 수혜로 조선·철강·화학·기계 등 주력 산업이 약진하며 코스피는 300% 올랐다. 당시에도 "버블"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등장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99년에도 구조조정과 IT 버블이 결합해 코스피가 약 278% 상승했다. 극단적 공포 국면에서 불과 2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처럼 시장은 종종 가장 비관적인 시점에 믿기 어려운 상승을 만들어냈다.

바다 건너 미국 증시의 흐름 역시 궤를 같이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사실상 18년 가까이 장기 강세장을 이어오며 S&P500 지수는 약 210개월 동안 994% 상승했다. 유럽 재정 위기, 미·중 무역분쟁, 팬데믹, 고금리 충격 등 수많은 악재에도 신고가를 계속 경신했다. 주가가 단순히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강세장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 앞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무엇보다 섣부른 '예단'과 그에 따른 잦은 매매를 경계해야 한다. 가파른 상승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시적인 급등락과 조정이 뒤따른다. 이는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이른바 '잔파도 타기'(마켓 타이밍)의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 주식을 일찍 팔고 더 싼 가격에 되사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은 완벽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인간의 오만함이 부르는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무작위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미스터 마켓(Mr. Market)' 개념을 떠올려보자. 시장은 늘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투자 대상의 본질적인 가치 변화와 무관하게 어떤 날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고, 어떤 날은 과도하게 헐값을 제시한다.

시장이 결국 욕심과 공포라는 감정에 휘둘리는 대중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이 이야기하듯 가격에는 늘 합리성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며, 조증처럼 과열되거나 우울증처럼 침울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러한 군중심리는 물리 법칙과 만나 거대한 추세를 형성한다. 뉴턴의 관성과 가속도, 작용과 반작용 법칙은 시장에도 놀랍도록 잘 적용된다. 주가는 일단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운동이 스스로를 강화하는 속성을 보인다. 상승세일 때는 과도하게 오르고, 하락세일 때는 지나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고점 예단보다 추세 확인이 먼저

시장의 추세는 단순히 펀더멘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동성, 기대심리, 자금 유입이 서로 맞물리며 상승에 속도가 붙는다. 그 촉매제가 기술 낙관론이건, 저금리에 따른 풍선효과건, 기업 실적 개선이건 간에 일단 강한 상승 추세가 형성되면 그 방향성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물론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점검하고 '싸다, 비싸다'라는 직관을 가지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증시는 여전히 글로벌 주요국들에 비해 할인된 영역에 머물러 있다. 5월11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7.6배, PBR 역시 1.6배 중반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버블 국면에서 나타났던 밸류에이션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강세장에서 중요한 것은 '고점에 대한 예단'보다 '대응의 원칙'이다. 증시에는 "주식은 머리가 아니라 어깨에서 팔아야 한다"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이는 단순히 욕심을 줄이라는 뜻이 아니다. 예컨대 1만원에 산 주식이 1만5000원까지 올랐다고 해서 "충분히 올랐다"며 팔아버린다면, 그 가격은 실제 고점이 아니라 상승 과정의 중간 지점이었을 수도 있다. 시장의 고점은 결국 지나가봐야 알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고점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추세가 꺾였음을 확인한 이후 대응하는 것이다. 강세장에서도 조정은 나타나지만, 그것이 곧바로 추세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험적으로 코스피 기준 고점 대비 15% 정도의 조정이 나타날 때 비로소 시장의 운동 방향이 바뀌고 있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이를 확인한 후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익을 반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강세장 한가운데서 성급히 시장을 떠나버리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지불하는 일종의 보험료라고 생각해야 한다.

강세장에서는 늘 "너무 많이 올랐다"는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시장은 늘 다수의 예상보다 더 멀리 움직였다. 상승장의 끝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 끝을 예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지금과 같은 강세장에서 필요한 것은 조급한 예측이 아니다. '한발 먼저'가 아니라 '한발 늦게' 대응한다는 느긋한 태도야말로 강세장에 걸맞은 마인드셋일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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