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적 공포 에스파 ‘WDA’

뮤직비디오 도입부는 악천후 속 차창 밖에서 멤버 지젤이 별안간 나타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형광녹색 조명이 불길하게 드리워진 상태다. 이후로도 찜찜한 이미지는 계속 나온다. 불연속적인 으스스한 움직임으로 거꾸로 걷는 윈터, 뒤통수에도 얼굴이 있는 카리나 등이 그렇다. 침침하고 지저분한 공장에 시체처럼 '널려' 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한다. 그것은 좀비보다도 싸늘하고 물컹하게 보인다. 2절에서 감상자는 1인칭 카메라 시점을 통해 카리나에게 걷어차이고 바닥에 쓰러진다. 이어 수십 명의 창백한 사람이 주위를 둘러싼 것을 보게 된다. 초광각 카메라 패닝으로 연출된 이 장면의 불안과 공포는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K팝 뮤직비디오 중에서도 분명 손에 꼽을 만한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이것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WDA 뮤직비디오는 많은 대목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갖고 논다. 멤버들은 크로마키 기술로 가장자리가 지저분하게 오려진 채 춤춘다. 눈 아픈 형광녹색이 "이들 뒤에 지워진 배경이 있다"고 소리치는 듯하다. 노래의 모티프인 "She's a whole different animal(그녀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라는 가사는 남성 목소리로 읊어지는데, 화면에서는 여성인 에스파 멤버들이 이를 립싱크한다.
"그녀는 완전히 다른 동물"
에스파는 전부터 자신들을 초현실적 존재로 표현해왔고, 그것은 종종 공포스러웠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멋진 그로테스크함이 두드러졌다면, WDA는 좀 더 꺼림칙한 공포를 선사한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동물과 사람은 피식자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비닐에 싸여 마치 통조림 같은 공간에 놓일 때 더욱 그렇다. 칙칙한 살빛과 지저분한 공간은 육식문화의 기괴함을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이들은 가공되고 포장되고 진열된다. 거기서 에스파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다. '동물들'의 일원이지만 다르다고 한다면 이들은 포식자의 편일까, 혹은 피식자의 편일까. 그렇게 이들은 '놀라운 존재'임을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와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영상 후반부는 에스파가 피식자들을 이끌 존재임을 내비친다. 어쩌면 피식자의 반란을 준비 중인지도 모르겠다. K팝에서 꽤 자주 나오는 일종의 혁명 서사지만, 이 클리셰를 이만큼 과감한 이미지로 담아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정말 얼마 없다. 그래서 에스파가 '완전히 다른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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