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오르반 총리 떠난 헝가리서 ‘반러’ 오르반 장관 주목 [이 사람@World]
우크라 겨냥 러시아 드론 공격 강력 규탄
미국 유학파 출신… 에너지 외교 전문가
헝가리 정권 교체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임 오르반 빅토르 총리 시절의 일방적인 친(親)러시아 정책 폐기 조짐이다. 머저르 페테르 신임 총리가 헝가리 외교정책의 지휘봉을 맡긴 오르반 아니타(51)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그 선봉에 있다. 오르반 전 총리와 성(姓)이 같지만 두 사람은 혈연 등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다.

오르반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 대사에게 헝가리 정부는 이번 공격을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규탄한다고 통보했다”며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지난 오르반 정권 시절 러시아와 무척 가깝게 지냈다. 이는 헝가리가 에너지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다른 서방 국가들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오르반 전 총리는 전쟁 발발 후에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U가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을 위해 마련한 방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한다”는 명시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오르반 전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야당인 티서당에 참패했다. 이로써 2010년 집권한 오르반 정권은 16년 만에 무너졌다. 티서당 소속인 오르반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의회에서 “러시아의 정책은 헝가리와 유럽의 안보에 도전이 된다”며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 투명하고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헝가리는 EU와 나토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귀국 후 언론계에서 활동하던 오르반 장관은 2010년 피데스당 후보로 총선 출마를 시도했으나 건강 문제로 중도 사퇴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그는 헝가리 외교부에서 에너지 외교를 담당했다.
외교관 생활을 접고 기업인으로 일하던 오르반 장관은 피데스당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끼던 이들이 지난 1월 창당한 티서당에 합류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4월 총선에서 티서당이 압승하며 그도 비례대표로 의회 입성에 성공한 데 이어 초선 의원이면서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란 중책을 맡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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