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모자무싸' 고윤정이 가진 '착륙하게 하는 힘'

유지혜 기자 2026. 5. 15.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너 희한한 재주가 있는 거 알아? 사람을 착륙하게 하는 힘이 있다?”

JTBC 토일극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극 중 배우인 한선화(장미란)가 영화사 기획 PD 고윤정(변은아)에게 하는 말이다. 고윤정의 진중함과 솔직함이 상대에게도 전달돼 그의 앞에 선 사람은 땅에 발 붙이듯 차분하게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윤정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보여주는 힘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대사이기도 하다. 무채색 의상과 수수한 얼굴로 화면에 등장하는 그가 저마다 화려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 사이에서 뚝심 있게 무게 중심을 잡으면서 드라마의 현실 감각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 중인 '모자무싸'는 20년째 영화감독 지망생에 머물고 있는 구교환(황동만)과 고윤정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고윤정은 촌철살인의 입과 좋은 시나리오를 골라내는 안목을 가진 기획 PD로, 모두가 골칫덩어리로 취급하는 구교환의 가능성과 상처를 알아본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다가간 고윤정은 침묵으로 모든 공격을 감내하는 자신과 정반대로 쉴 새 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구교환을 통해 점차 자신의 말을 바깥에 내뱉게 된다. 그런 고윤정으로 인해 구교환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이들이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감정을 나누면서 변해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고윤정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과 변화를 묵묵히 따라가는 '모자무싸'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력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호평을 얻는 데 성공했다. 로맨스, 액션 등 장르의 힘에 기댄 작품에서 주로 활약하던 그가 전에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섬세한 표정 연기, 침착하게 감정을 풀어가는 캐릭터 해석력 등을 새롭게 선보인 덕분이다.

차분한 목소리, 침착한 분위기 등 기존에 갖고 있던 무기를 제대로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비교적 목소리 톤이 높고, 행동이 가벼워 보이는 황동만 역 구교환과 파트너가 되면서 두 주인공 캐릭터 간 균형이 완벽하게 맞춰졌다. 자격지심에 휩싸인 영화감독 오정세(박경세), 냉철한 듯 보이지만 비겁하고 이기적인 영화사 대표 최원영(최동현) 등 어떤 주변 인물과 마주해도 무게감 있는 연기로 팽팽한 평형을 이뤄 극의 풍성함을 더한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후반부에서 구교환과의 로맨스만큼 중요하게 등장하는 어머니 배종옥(오정희)와의 갈등 서사에서는 고윤정의 힘이 폭발한다. 자신을 버린 엄마이자 톱배우인 배종옥은 고윤정을 평생 괴롭게 만든 결핍을 안긴 장본인이다. 그런 배종옥이 뻔뻔하게 찾아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특유의 저음과 강약이 두드러지는 말투, 미세한 눈빛 변화로 마음에 내재된 분노와 경멸을 쏟아내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용하면서도 올곧은 눈으로 극 중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드라마에 '착륙'하게 하는 고윤정의 재발견은 '모자무싸'의 또 다른 성과로도 꼽힌다. 청춘스타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 힘을 보탠 실력파 배우로 성장한 고윤정의 활약에 방송가 안팎의 기대가 더욱 쏠리고 있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JTBC 방송 캡처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