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최악의 ‘어닝 쇼크’에도 2조 자사주 매입…속내는
개인정보유출사태 후 주가 반토막
美집단소송 대응력 악화 우려 커져
강력 주주환원 메시지로 반전 노려

쿠팡이 올해 1분기 상장 이후 최악의 어닝 쇼크에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주환원보다는 악화하고 있는 재무 상황을 먼저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업계에서는 증권 집단 소송 등 법적 리스크에 직면한 쿠팡이 급락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Inc 이사회는 이달 초 기존 10억 달러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추가로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아울러 쿠팡Inc는 1분기에 클래스A(보통주) 2040만 주를 총 5728억 원(3억 9100만달러·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1465.16원 기준) 규모로 매입했다. 1년 전에 발표한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동시에 향후 1년간 추가 자사주 매입까지 결정한 셈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1187억 원(8100만 달러), 2373억 원(1억 62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쿠팡이 앞으로 매입하겠다고 밝힌 자사주 규모는 단순 계산했을 때 총 2조 원(13억 6600만 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주목할 부분은 쿠팡이 자사주를 매입한 시점이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545억 원(2억 4200만 달러)을 기록하며 4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337억 원(1억 54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3897억 원(2억 66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재무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1분기 기준 쿠팡의 잉여현금흐름은 1612억 원(1억 1000만 달러) 적자 전환했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설비 투자에 쓴 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단기 차입금도 지난해 1조 4066억 원(9억 6000만 달러)에서 올해 2조 4497억 원(16억 7200만 달러)으로 급증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조 2305억 원(63억 달러)로 당장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어닝 쇼크가 앞으로 이어질 경우 재무 건전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확대에도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배경에는 주가 방어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쿠팡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미국에서 제기된 증권 집단소송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들의 경우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적시에 공시하지 않아 주가가 급락했다고 논리를 펼치는 만큼, 쿠팡 입장에서는 주가의 하락 폭을 줄이는 것이 향후 법적 대응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쿠팡 주가는 지난해 11월 30달러 수준에서 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이후 반 토막이 났다. 1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XE)에서 쿠팡의 주가는 15.96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이 지난해 11월 말 이후 9.2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도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 역시 주주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와우 멤버십을 이탈했던 고객의 약 80%가 돌아왔다”며 “장기적으로 사업의 근본적인 이익 성장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입장에서는 기업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선제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여론과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환원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성 기자 util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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