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아재 개그로 물리치는 귀신, 어이없게 사랑스럽잖아, 영화 ‘교생실습’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205번째 레터는 13일 개봉하며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교생실습’(감독 김민하)입니다. 귀신이 여럿 나오긴 하지만 공포영화는 아니고, 색깔과 목소리가 분명한 코미디 드라마에 가까워요. 배우 한선화씨가 모교에 교생으로 부임해 흑마술 동아리 학생들과 귀신 퇴치에 나서는데, 무찔러야할 귀신 중에는 국영수 귀신도 있고, 아재 개그에 진심인 귀신도 있습니다. 더 강한 아재 개그를 내면 퇴치되는 거죠. 발랄한 상상력이 어떻게 뻗어가려나 즐기다 보면 공교육 현장의 문제점에 다가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김민하 감독님을 인터뷰했는데,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얘기하다 사방이 눈물바다가 될 뻔했습니다(거짓말 조금 보태서). 가벼운 척하지만 굳건한 소신과 뚝심의 영화, ‘교생실습’을 만나보실까요.

영화 ‘교생실습’에는 제목처럼 교생이 등장하는데, 우리의 주인공 은경(한선화)입니다. 모교인 세영여고에 실습을 하러 오게 되는데요, 사립학교라 그런지 예전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시는군요.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은경에게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교과서 위주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더니”라고 합니다. 은경이는 똑부러지고 당찬 학생이었나봐요. 돌아온 학교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당당하게 이어폰을 끼고 선생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급훈은 ‘학부모와 학생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자’. 아, 귀신보다 더 무서운 바로 그것, 민원 때문입니다. 교장은 교생들을 모아놓고 “실습 기간에는 쥐죽은 듯 있으라”고 훈화합니다.
의욕이 충만했던 은경은 “스승의 길은 쉽지 않구나” 낙담하는데, 이때 은경의 눈에 들어온 세 명의 학생이 있으니 흑마술 동아리 회원들입니다. 세영여고의 자랑, 전국 모의고사 1등인 학생들이에요. 역시나 사교육 하나 받지 않았는데 외국어 수리 언어 영역 각각 1등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지지요. 어떻게 사교육 하나 안 받고 전국 모의고사 1등일까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비결은 영화 초반에 바로 나옵니다. 귀신이 도와줘서 그런 거였어요. “영혼을 바치면 시험의 답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몽매한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구원의 세계가 있다!” 학생들을 이대로 둘 수 없는 은경, “나도 책임 있어, 모른 척할 수 없어”라며 나섭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은경은 과연 의욕과 열정만으로 학생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교생실습’은 공포영화가 아닙니다. 공포를 주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이걸 왜 강조하느냐 하면, “공포영화라길래 무서운 줄 알고 봤는데 아니잖아!”라고 하실 분이 계실 수 있으니까요. 오해하고 보셨다가 자칫 이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공포보다는 웃음이 두드러지고,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코미디는 대놓고 박장대소하는 쪽보다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교과서에 몰래 끼워놓고 낄낄대며 넘겨보는 만화책 같은 재미입니다. 귀신들과 대결할 땐 픽셀 아트 게임이 등장하고, 옛날 서당 역사를 보여줄 때는 애니메이션도 나오고요. 일부는 의도적으로, 일부는 한정된 예산에서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가 의외의 효과를 발휘해서 다채롭습니다. 이런 기법을 좋아하신다면 아주 좋아하실 거고, 이건 뭐야 하실 수도 있어요. 그만큼 색깔이 분명합니다. 작년에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배우상(한선화)을 받았는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성격을 이 영화만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있을까 싶네요. 정확하게는 연출한 김민하 감독의 개성이겠고요.

김민하 감독의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을 보셨다면 ‘교생실습’ 개봉 소식이 더 반가우셨을 것 같습니다. 개교기념일에 저주의 종이 울리면서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이렇게 무서운 것처럼 홍보했는데, 보시기에 따라 ‘교생실습’이 ‘아메바 소녀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애초에 시리즈 성격이 있어서 그렇다는게 김 감독님 설명입니다. 이야기는 완전히 별개지만요. 수시로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은 ‘교생실습’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아메바 소녀들’의 극장 관객은 3만명이었는데, OTT에 올라오고 나서 인기가 폭발했어요. ‘교생실습’의 1위는 ‘아메바 소녀들’을 기억하는 관객의 힘이 컸을 것 같아요.
저는 진짜 웃겨주는 코미디는 밑바탕에 슬픔이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김 감독님도 비슷한 생각이시더군요. ‘교생실습’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 감독님이 하신 말씀. “이 영화가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귀신 나오고, 아재 개그 나오고, 우당탕탕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웃기고만 끝내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건데, 영화를 보시고 나면 공감하실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너는 대체 왜 포기하지 않는거야!”라는 질문에 “내가 선생이잖아!”라고 외치는 은경의 대사가 그래서 와닿았나 봐요. 김 감독님 인터뷰는 별도 기사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세상에 대한 발언을 이렇게 조금 다르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웃기는 척하면서 진지하게 내놓을 수 있는 분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한국 영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 응원을 담아보려고요.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아마도 ‘마이클’이 될 거 같아요. 저는 재밌던데요. 평론가님들은 왜들 그리 뭐라하시는지, 참참. 그런 차이가 왜 생기는지, 제 생각을 담아 다음 레터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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