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미국 의사 됐는데… 서울 아파트 물려주려다 날벼락

이경은 기자 2026. 5. 15. 06: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증여’ 늘어나는 한국
美 거주 자녀는 세금 따져봐야
[왕개미연구소]

“아들이 미국 의사가 됐는데, 서울 아파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 핵심 지역에 아파트와 상가를 보유한 70대 자산가 이모씨는 최근 증권사를 찾아 세무 컨설팅을 받았다. 미국에 정착한 자녀에게 서울 아파트를 물려주려다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씨처럼 해외 거주 자녀와 관련한 증여·상속 세금 상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조기 유학 붐으로 해외에 나간 자녀들이 현지에 정착하면서 ‘부모는 한국 자산가·자녀는 해외 거주자’인 가정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국경 넘는 자산 이전이 증가하면서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등 해외 세법에 대한 학습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해외 거주자인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면 한국 세금뿐 아니라 현지 세법과 신고 의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재산 소재지가 국내인지 해외인지에 따라 과세 범위와 신고 의무도 달라진다. 국가에 따라서는 현지 증여세·상속세는 물론 금융계좌 신고 의무까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증권 SNI가 연초 발간한 ‘2026 헤리티지 솔루션’을 토대로 미국 거주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할 때 체크해야 할 핵심 쟁점을 정리해봤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과세 기준, 韓 증여가액 vs 美 부모 취득가

가격이 크게 오른 부동산을 보유한 부모들은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 대신 자녀 증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곤 한다.

한국 세법상 자녀가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이상 보유한 뒤 매도하면, 부모가 처음 매입했던 가격이 아니라 ‘증여 당시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절세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녀가 미국 거주자(시민권자·영주권자 등)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절세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세법상으로는 오히려 더 큰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자녀가 증여받은 부동산을 처분할 때,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부모의 최초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한다.

이 때문에 미국 거주 자녀는 부모가 보유했던 기간까지 포함한 전체 양도차익에 대해 미국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여기에 고소득자 대상의 추가 세금인 순투자소득세(NIIT·3.8%)까지 얹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한국선 절세, 미국선 세금 폭탄 될 수도

20년 전 3억원에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부모가 현재 시가 30억원인 아파트를 미국 거주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에선 자녀가 이 아파트를 증여받은 뒤 10년 이상 보유하고 나서 35억원에 매도하면, 양도차익은 증여 당시 평가액인 3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과세 대상 차익은 5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세법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부모의 최초 취득가액(3억원)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한다. 자녀가 장기간 보유 후 매도하더라도 전체 차익 32억원(35억원-3억원)에 대해 미국 양도소득세와 순투자소득세(3.8%)가 부과될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증여를 통해 국내 양도세를 줄였더라도, 자녀에게는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결국 부모의 현재 주택 보유 상황과 양도세 비과세 여부 등에 따라 자산 이전 전략을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양도소득세율은 보유 기간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1년 미만 보유한 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일반 소득세율(10~37%)이 적용된다. 반면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경우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0~20%의 장기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

한국 비거주자의 상속세 신고 기한은 상속 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9개월 이내다. 한국 내 주소지가 없는 경우에는 부동산 소재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한국에 남겨둔 재산, 상속은 어떻게 되나

부모가 자녀가 거주하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한국에 재산을 남겨둔 상태에서 상속이 발생하면 세금은 어떻게 될까.

부모가 한국 비거주자라고 하더라도 한국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다만 비거주자의 경우에는 거주자보다 공제 범위가 제한된다. 기초공제 2억원과 일부 감정평가수수료 정도만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할 수 있어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미국 세법은 범위가 더 넓다. 미국 거주자가 사망할 경우 미국 내 재산뿐 아니라 해외 재산까지 포함한 전체 자산이 미국 연방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은 상속세 공제 한도가 매우 큰 편이다. 2025년 기준 공제 한도는 약 1399만달러(원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 규모가 이 금액 이하라면 미국 연방 상속세는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자산 규모가 공제 한도 이하라면 한국에 남겨둔 재산에 대해서만 한국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설령 전체 자산이 공제 한도를 초과하여 미국에서도 상속세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동일 자산에 대해 이중 과세되지 않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