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들섬 나무 절반 넘게 자르고 조형물 설치···기존 숲 밀고 만드는 ‘글로벌 예술섬’

오경민 기자 2026. 5.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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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서쪽에 있는 아까시나무 다섯 그루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다. 오경민 기자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서쪽 숲. 아까시나무 다섯 그루가 ‘위험 출입금지’라고 적힌 노란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서울시의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공사로 제거될 예정인 나무들이다. 식당·카페·편의점 등 가게들의 영업이 전면 종료돼 인적이 드문 섬 곳곳에는 출입 통제선이 둘러쳐져 있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이 조성되는 지역에 있는 수목 중 절반 이상이 제거 대상에 오르면서 이 지역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노들섬 수변문화공간 조성사업’에 대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사업 대상지 수목 637그루 가운데 326그루(51.2%)가 베이거나 뽑혀 나갈 예정이다. 아까시나무가 189그루로 가장 많고, 양버즘나무 28그루, 이팝나무 21그루, 느티나무·단풍나무·왕벚나무 14그루, 산사나무 6그루, 쪽동백나무 5그루, 팽나무·복자기나무 4그루 등이 포함됐다.

전체 수목 가운데 기존 위치에 그대로 남는 나무는 275그루(43.2%)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버드나무 등 보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나무 36그루는 다른 곳에 옮겨 심고, 베어낸 나무는 파쇄해 ‘우드칩’ 형태로 만들어 사업지구 내 수목 식재 구역에 활용할 예정이다.

토머스 헤더윅의 ‘소리풍경’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2.0’ 사업의 일환으로 노들섬에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국 건축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공중정원 ‘사운드 스케이프’(소리풍경)를 기존 공간 위로 설치한다. 소리풍경은 약 20m 높이에 떠 있는 꽃잎 형태의 7개 공중정원을 공중 보행로로 연결한 구조다. 2028년 완공이 목표다.

문제는 공중정원을 떠받칠 기둥과 보행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나무가 잘린 자리 일부에는 새 나무를 심어 개량된 숲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양효진 서울시 노들예술섬계획팀장은 “현재 노들섬 숲에서는 아까시나무, 양버즘나무 등이 숲의 80% 차지하는 등 주종을 이루고 있어 주요 제거 대상이 됐다”며 “시설물과 간섭이 생기는 자리에 있는 나무들도 제거하고, 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동쪽 숲을 낙엽수 위주로 다시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재건축이나 개발 사업 과정에서 보호수나 노거수의 경우에는 법적 규제가 있어 보전하는 사례가 있지만 지위가 없는 나무는 공사에 방해되면 마구 베어지고 있다”며 “나무를 도구로만 보는 시각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들섬 훼손 수목 분포 현황. 훼손 예정 수목이 붉은 원으로 표시돼 있다. ‘노들섬 수변문화공간 조성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환경단체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서식지 훼손 가능성도 제기했다. 맹꽁이는 2007년 노들섬 서쪽에서 발견됐고, 2019년 복합문화공간 조성 과정에서 동쪽 보호구역으로 이주·정착했다. 단체들은 동쪽 숲까지 시민에 개방되면 맹꽁이 수백마리가 사는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맹꽁이 이주 구역을 핵심보전구역으로 설정하고 완충 구역 바깥으로 공중정원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서울지방항공청이 관리하는 노들섬 헬기장의 안전 이격거리 문제로 동쪽 공중정원의 위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현재 구조물은 맹꽁이 숲을 피해 동쪽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는데, 헬기장 문제로 서쪽으로 구조물이 이동하면 서식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약 5m 정도 위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서식지를 침범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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