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노조=약자' 공식 깨져…대기업 파업, 여론 공감 필요
[편집자주] 반도체·방산·조선 등 K제조업 간판 산업들이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AI 수요가 이끄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지정학 리스크가 촉발한 방산 수출 급증과 조선업 르네상스가 한꺼번에 맞물렸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대립 등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자칫 초호황의 과실을 헛되이 흘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갈등과 분열은 어려운 때보다 풍요의 시기에 더 쉽게 터지기 때문이다. 이 초호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한다. 기업·노조·정부·시장은 각각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는다.

2026년 오늘, 노조의 투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한국 기업의 위상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지고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가 공고해지면서 대기업 노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닌 '거대한 이익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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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 간 총파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으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될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노조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3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 외에도 다른 대기업에서도 성과급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HD현대,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 노조들도 회사를 상대로 영업이익 혹은 순이익의 15%~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업황이 초호황기를 맞은 시점에서 터져나온 성과급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쟁의 대상이 아닌 경영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는 것은 노동3권 보장의 취지를 넘은 '과도한 이기주의'란 인식에서다. 이들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회사를 넘어 국가 경제와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추진에 대해 "핵심 수출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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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임금 근로일자리 소득 통계'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월 평균소득은 대기업 613만원, 중소기업 307만원으로 306만원의 격차가 있다. 1년 전 대기업 593만원, 중소기업 298만원으로 한달 소득이 295만원 차이 났던 것과 비교해 간극이 벌어졌다. 여기에 대기업 노조가 수억원의 성과급을 챙길 경우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노조가 성역과 같이 거대해지다보니 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과거처럼 착취당하는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 엄청난 지위를 가진 절대권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기업 노조들이 본인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보니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이라는 물리력을 동원한 80년대식 파업을 앞세우기보단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회사와 대화해 요구안을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이 실린다. 노조가 회사를 대립 상대가 아닌 미래를 공동 설계하는 동반자로 여겨야만 성장의 과실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마다 특성이나 경영전략, 처한 상황 등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일률적으로 영업이익 혹은 순이익을 기준으로한 정률배분안을 강제할 수 있겠나"라며 "노조가 요구안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나 해당 보상이 주어질 시 회사와 노조의 발전 방안 등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성과급 투쟁이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성과급 규모가 전례없이 크고 이에 따른 박탈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본질은 대기업 노조의 요구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노조가 일방적인 요구만 밀어 붙일 게 아니라 여론을 설득할만한 논리를 개발하고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짚었다.
이한듬 기자 mumford@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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