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왜 장르를 섞을까?”…로맨스·스릴러·판타지의 생존법 [SS초점]

김현덕 2026. 5.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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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사진|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로맨스는 더 이상 사랑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릴러는 범인을 추적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으며, 판타지는 현실 도피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최근 드라마들은 로맨스, 스릴러, 판타지, 시대극을 한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 이제 장르 혼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됐다.

넷플릭스 ‘기리고’는 이러한 흐름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전형적인 학원물로 시작하는 ‘기리고’는 고등학생들의 일상과 성적, 우정이라는 익숙한 풍경을 먼저 깔아둔다. 하지만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가 등장하며 평온한 세계에는 균열이 일어난다.

계기는 최형욱(이효제 분)의 만점이다. 그가 친구들에게 앱의 정체를 밝히고 김건우(백선호 분)와 함께 소원을 빈 순간, 휴대전화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평범한 성장을 다룰 것 같던 이야기는 해당 지점에서 저주와 죽음이 얽힌 오컬트 스릴러로 돌변한다. 학생들은 이제 성적이 아닌 생존을 위해 타이머를 멈춰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세아(전소영 분)는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앱의 정체를 추적하지만, 죽음의 공포는 친구들의 관계를 의심과 균열로 몰아넣는다.

‘허수아비’. 사진|ENA


디즈니+ ‘골드랜드’ 이광수.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NA ‘허수아비’는 또 다른 방식의 혼합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쫓는 범죄 수사극의 형식을 취하지만, 작품이 진정으로 조준하는 곳은 사건의 배후보다 살아남은 이들의 삶이다. 30년 전 사건을 막지 못한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와 차시영(이희준 분)의 악연은 수사극의 긴장감을 넘어선 인간적인 고통을 자아낸다. 그저 범인만을 쫓는 전개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이 ‘허수아비’의 핵심이다.

디즈니+ ‘골드랜드’는 로맨스로 시청자를 끌어들이지만, 곧장 비정한 범죄 스릴러의 이면을 드러낸다. 밀수 조직의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박보영 분)가 평범한 일상에서 탐욕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는 과정은 처절하다. ‘골드랜드’에서 사랑은 인물을 구원하는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약점이자 배신의 불씨로 작용하며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OTT 플랫폼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의 플랫폼에서 초기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재미 요소가 필수적이다. 로맨스 팬과 스릴러 마니아를 동시에 포섭하려는 고도의 계산인 셈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문제는 균형이다. 장르를 많이 넣는다고 작품이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로맨스가 약하면 감정선이 흔들리고, 스릴러가 약하면 긴장이 죽는다. 판타지가 설득되지 않으면 설정만 남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인물”이라며 “장르가 아무리 바뀌어도 시청자가 따라가는 것은 한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다”라고 분석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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