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에서 춤춘 소녀의 ‘선택’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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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5월, 발레리나를 꿈꾸던 슬로바키아의 16살 유대인 소녀 에디트는 가족과 함께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아우슈비츠의 무용수'(원제는 The Choice, 선택)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에디트 에바 에거가 2017년 아흔살에 출간한 회고록이자 극단적 폭력을 감내해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다.
그는 운이 좋게도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패망하기까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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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5월, 발레리나를 꿈꾸던 슬로바키아의 16살 유대인 소녀 에디트는 가족과 함께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그도 수용자다)가 멀리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가리키며 “네 엄마는 저기에서 불타고 있어”라는 말을 듣고야 자신이 끌려온 곳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곳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죽음의 천사’로 불린 나치 친위대 군의관 요제프 멩겔레가 신입 수용자들의 운명을 갈랐다. 에디트는 멩겔레의 요구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연주에 맞춰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춤을 췄다.
‘아우슈비츠의 무용수’(원제는 The Choice, 선택)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에디트 에바 에거가 2017년 아흔살에 출간한 회고록이자 극단적 폭력을 감내해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다. 그는 운이 좋게도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패망하기까지 살아남았다. 불과 1년의 수용 생활은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남자가 인육을 먹던 순간, 나치 친위대원들이 어린 소년을 나무에 매달고 사격 훈련을 하던 장면 등을 목격하면서도 생존과 존엄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뭔가를 먹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이 순간 짓밟힌 진흙탕 위로 풀 한 포기가 보인다. 나는 (인육 대신) 풀잎을 먹을 것이다. 이 한 줄기의 풀잎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택을 한다는 것의 의미다.”

해방된 고국은 소련이 점령했지만, 공산주의 독재는 또 다른 억압으로 다가왔다. 19살에 결혼해 22살 때 미국 이민을 선택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낯선 삶에 적응했고, 32살에 대학에 진학했다. 51살에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여생을 자신과 수많은 타인의 마음을 돌보며 트라우마 치료에 힘썼다. 2020년 ‘더 기프트’(번역서는 The Gift, 2023년, 위즈덤하우스), 2024년 ‘아우슈비츠의 발레리나(The Ballerina of Auschwitz, 국내 미번역)’라는 책도 출간했다. 에거는 지난달 27일 미국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영면에 들었다. 향년 98.
“지옥을 떠난 뒤로도 수십년을 공황발작에” 시달리던 그가 또 다른 홀로코스트 생존자 빅터 프랭클의 수기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책에 인용한 대목은 자신의 경험과 인생관을 응축한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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