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오인’ 잦은 자궁내막증…“진단에만 최대 11년”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6. 5. 1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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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서 늘고 있는 자궁내막증’ 정기 검진 통한 조기 발견 중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서 ‘증식’
임신 가능성, 2~10% 수준으로 떨어져
2020년 15만 명→2024년 20만8천 명
최근 약물치료로 가임력 최대한 보존
자궁내막증 개요 인포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5월10일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여성의 건강 증진과 정기 산부인과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여성 건강의 날’이다. 국가건강검진 등을 통해 자궁경부암 등 주요 여성 질환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2020년 53.3%에서 2024년 61.1%로 꾸준히 상승하며 질환 조기 발견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는 여성 질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에 있어야 할 점막 조직인 자궁내막이 난소, 나팔관, 골반 복막 등 자궁 밖에 자리 잡고 증식하는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증상의 종류와 범위가 무척 다양해 질환 발견이 쉽지 않다. 무증상인 경우부터 심한 월경통, 만성 골반통, 성관계 시 통증까지 증상의 폭이 넓고 병변 위치에 따라 양상도 다르다.

일반 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에 별도의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하고, 개인의 증상 인지 여부에 따라 질환 발견에 소요되는 시기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선 평균 진단까지 4~11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리통, 골반통 등 증상이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나타나지만 ‘흔한 생리통’으로 여기고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궁내막증을 비롯한 주요 자궁질환 간 차이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20~30대 젊은 여성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만,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인데다 이들 여성층에선 산부인과 내원이나 산부인과 정기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치기 더욱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는 2020년 15만3467명에서 2024년 약 20만8531명으로 5년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 중 20~30대 환자는 2024년을 기준으로 7만9587명으로 집계돼 전체 환자의 약 38%를 차지했다.

2020~2024년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 수 추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생리통이겠지’ 참다가 난임까지 이어질 수도

자궁내막증은 장기적으로 가임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가임력 보존은 물론, 질환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은 치료 없이 방치하면 30~80%에서 골반 유착 및 난임으로 진행될 수 있어, 증상이 없거나 당장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자궁내막증 환자의 임신 가능성은 2~10% 수준으로 정상 부부(15~20%)보다 현저히 낮으며, 난임 여성의 25~40%에서도 자궁내막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2024년 연령별 자궁내막증 환자 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최근에는 부담 없이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환경도 마련됐다. 과거 자궁내막증은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복강경 수술이 필수였다. 수술은 난소 기능을 저하하며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반복된 수술은 향후 임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위험이 있다. 수술 이후 난소 기능을 평가하는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일명, 난소 나이 검사)는 최대 50~6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수술 이후 40%의 환자가 5년 내 재발을 경험했고 27%는 평생 세 차례 이상 수술받기도 했다.

이에 최근엔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로 가임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 가이드라인이 국제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에 앞서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를 기반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제제, 경구 피임제 등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해 가임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치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상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자궁내막증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관리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제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기 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자궁내막증을 발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는 “젊은 여성들은 부인과 검진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이러한 인식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최근 2030 여성에서 자궁내막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통증 등 이상 증상으로 내원한 시점에는 이미 질환이 진행된 경우가 많고, 가임력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 계획이 당장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여성 건강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고 가임력을 지키기 위한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자궁내막증은 최근 초음파나 MRI 등 영상 검사로도 진단이 가능해졌으며, 치료 역시 수술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의 통증 정도와 병변 양상, 임신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정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디에노게스트 등의 약물치료만으로도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증상이 느껴진다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산부인과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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