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포기도 포기 못해”…여름배추 복병 ‘씨스트선충’ 방제 현장 가보니

정채원 기자 2026.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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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사지었던 배추밭 한곳은 씨스트선충 피해로 망가져 한포기도 수확을 못했어요."

13일 강원 태백 고랭지배추밭에서 만난 배추농가 권흥기씨(50·상사미동)는 지난해 상황을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상경 농진청 차장은 이날 강원 태백의 씨스트선충 방제 현장을 찾아 "현장 예찰과 적기 방제를 통해 피해 확산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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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6개 시·군 공적 관리 대상
토양훈증제·비훈증제 무상공급
예찰 강화로 피해 면적 최소화
“이상기후 대응 약제 개발 절실”
씨스트선충 확산을 막고자 5월초 비훈증제를 처리한 강원 태백 ‘매봉산 고랭지 재배단지’의 13일 모습.

“지난해 농사지었던 배추밭 한곳은 씨스트선충 피해로 망가져 한포기도 수확을 못했어요.”

13일 강원 태백 고랭지배추밭에서 만난 배추농가 권흥기씨(50·상사미동)는 지난해 상황을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권씨는 4월말 씨스트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1만6528㎡(5000평) 밭에 비훈증제를 처리한 뒤 비닐 멀칭 작업을 마쳤다. 현장엔 2주 전인 4월말께 아주심기(정식)한 배추 모종이 자라고 있었다.

씨스트선충이 국내 여름배추 주산지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정부·지방정부·농가들이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씨스트선충은 배추·무 등 배추과 작물의 뿌리에 기생해 생육 저하와 결구 불량을 유발한다. 토양 속에서 알주머니 형태로 수년간 생존이 가능하다.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피해가 커진 뒤 발견하는 사례가 많고 농기계나 작업자 신발 등에 묻은 흙을 통해 다른 밭으로 번지기 쉽다.

씨스트선충은 공적 방제 대상 병해충 3개 가운데 하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공적 방제 대상 병해충은 과수화상병·씨스트선충·토마토뿔나방이다. 국가가 방제를 지원한다는 것은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태백은 씨스트선충이 국내 최초로 확인된 지역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2011년 태백에서 ‘사탕무씨스트선충’이 발생했고 2017년 정선에서 ‘클로버씨스트선충’이 추가 확인됐다. 강원지역은 고랭지배추 주산지라는 점에서 씨스트선충은 15년간 여름배추 수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씨스트선충 공적 방제면적은 2011년 11.6㏊에서 올해 531.9㏊로 45배 이상 급증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강원지역 공적 방제 대상 농가수는 강릉·태백·삼척·영월·정선·평창 6개 시·군 288농가다. 이들 농가는 해당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발생면적·밀도에 따라 토양훈증제·비훈증제를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절반씩 분담한다.

권씨는 약제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토양훈증제는 기온이 20℃는 돼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태백은 봄철 기온이 낮아 적기에 처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온이 맞지 않으면 우선 비훈증제만 처리해 재배한 뒤 수확·출하 작업 후 훈증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이상기후에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찾은 ‘매봉산 고랭지 재배단지’. 이곳은 지형 특성상 경사가 심해 비닐 멀칭 작업이 어렵다보니 피복 없이 비훈증제 처리 후 답압(밟아주기) 작업만 진행한 곳이 많았다. 흙을 눌러 약효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태백시농기센터 관계자는 “토양훈증제를 처리한 뒤 비닐을 덮으면 99% 이상의 방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배추밭의 80%가량이 경사지인 태백지역 지형상 작업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상경 농진청 차장은 이날 강원 태백의 씨스트선충 방제 현장을 찾아 “현장 예찰과 적기 방제를 통해 피해 확산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행한 김동훈 강원도농기원장은 “13일 기준 강원지역 씨스트선충 방제 진행률은 80%이고 6월15일까지 올해 공적 방제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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