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해안 언덕의 이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들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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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이 끝나면 한 번에 흙으로 덮어 언덕 형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300년 동안 감시합니다."
이 블록들이 경주 방폐장의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이날 준공식 뒤 공개한 표층처분시설은 2012년 1월 기본설계를 시작한 이후 14년 만에 완성됐다.
원전 임시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가 쌓이고 있지만 영구처분시설 부지는 선정조차 못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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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맞춘 회색 블록들... 상부는 뻥 뚫려
25년 처분 뒤 땅 속에서 300년 잠들어
고준위 시설 부지 선정은 여전히 숙제

"처분이 끝나면 한 번에 흙으로 덮어 언덕 형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300년 동안 감시합니다."
13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내 동해와 맞닿은 언덕에 기묘한 콘크리트 블록 20개가 우뚝 서 있었다. 동해를 등지고 열을 맞춘 높이 10m에 너비 20m, 두께 60㎝인 거대한 회색 블록들의 상부는 뻥 뚫려 파란 하늘이 보였다.
직사각형 블록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고요했지만 25년 뒤에는 달라진다. 이 블록들이 경주 방폐장의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기 때문이다. 원전에서 나온 작업복과 장갑 등 방사능 오염도가 낮은 저준위 폐기물을 담은 200리터(L) 드럼이 올 하반기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공간이 꽉 차면 방사능 농도가 자연적으로 낮아지도록 흙 속에서 300년간 잠든다.
단순해 보여도 빈틈없다… 폭우·지진·산불까지 따진 설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이날 준공식 뒤 공개한 표층처분시설은 2012년 1월 기본설계를 시작한 이후 14년 만에 완성됐다. 단순해 보여도 폭우, 지진, 산불까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졌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방폐물 드럼, 그라우트, 처분고, 콘크리트 덮개, 암반까지 5겹 구조로 방사성 누출 가능성을 최소화했고, 진도 7.0의 지진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200L 드럼 기준 약 12만5,000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은 PC 게임 '테트리스'를 닮았다. 전용 트럭이 진입하면 위쪽의 이동형크레인셸터(MCS)가 드럼을 처분고 안에 층층이 쌓는다. 한 층이 다 되면 시멘트로 그라우팅(공간 채우기) 작업을 한다. 이경환 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장은 "드럼 사이 공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묽은 시멘트 풀을 채우는 방식"이라며 "총 9단까지 쌓은 뒤 상부에 콘크리트 슬래브를 설치해 완전히 밀봉한다"고 설명했다.

지하 동굴·지상 블록 한 부지에... 방폐물 준위별로 처분

경주 방폐장은 2015년부터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가동 중이다. 지하 80~130m 깊이에 박힌 높이 50m, 지름 24m 크기의 원통형 사일로(저장고)를 중준위 방폐물을 담은 콘크리트 용기가 채워가고 있다.
여기에 표층처분시설 준공으로 경주 방폐장은 세계 최초로 한 부지에서 지하와 지상 시설을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 동굴처분시설이 중·저준위 방폐물을 구분 없이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저준위 이하는 표층시설로, 중준위는 동굴로 나눠 처분할 수 있다. 두 시설의 합산 처분 능력은 22만5,000드럼이다. 2031년 3단계 매립형처분시설까지 완공되면 38만5,000드럼으로 늘어난다.
남은 숙제는 고준위 방폐물(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이다. 원전 임시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가 쌓이고 있지만 영구처분시설 부지는 선정조차 못 한 상태다.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고준위법이 제정되고 위원회가 출범해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면서도 "어느 지역인지는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동굴처분시설 준공 시) 지역에서 처음에 불안감을 가졌지만 10년이 지나고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반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 전예현 기자 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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