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근로자, 일손부족 울산 과수농가에 단비
고국서도 농사짓던 숙련 농부
배농가서 열매솎기 등 구슬땀
안정적 정착 제도 보완 지적

14일 울주군 청량읍의 한 배 농가. 하얀 배꽃이 진 자리에 어린 열매들이 고개를 내민 가운데, 햇빛 가리개로 얼굴을 감싼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울산 최초로 도입된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라오스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나무마다 빽빽하게 달린 과실 중 우량한 과실 하나만 남기고 솎아 내는 '적과(열매솎기)' 작업에 한창이었다.
라오스 근로자들은 이미 고국에서도 농사를 짓던 숙련된 농부들이다. 이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임금 격차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다.
롯따나(30)씨는 "라오스에서는 하루에 약 1만3000원을 벌었지만, 한국에서는 하루 10만원을 받는다"며 "일도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라오스에선 더 힘들었고, 버는 돈은 더 적었다. 앞으로 주말 특근도 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한국에 오자마자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꼈다. 날씨도 좋고, 환경도 한국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좋았다"며 "돈을 벌어 다시 입국해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향에 두 살배기 아이를 두고 온 이얀(28)씨는 "아이가 보고 싶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며 "라오스에서 농장주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바삐 손을 움직였다.
낫다핀(29)씨는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맞고 사장님도 친절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쉬는 날에는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농장주 박주용(58)씨는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이 과수 농가에 실질적인 '단비'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씨는 "적과나 봉지 씌우기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수"라며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공공형 인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씨는 한국의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겪어보지 못한 근로자들의 건강을 우려해, 오전 5시에 출근해 해가 뜨거워지기 전 정해진 구역의 일을 마치면 조기에 퇴근시키는 유연한 작업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사업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는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숙소 위치다. 근로자들의 숙소는 남구 무거동에 있어, 울주군 전역으로 인력을 지원할 때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의 연속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매년 새로운 근로자를 선발해 교육하는 방식은 농가 입장에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주용씨는 "관에서 남부, 서부 등 구역별 거점 숙소를 마련해준다면 인력 운용이 훨씬 원활할 것"이라며 "올해 숙련된 근로자들이 내년에도 다시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동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