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특집]지역 예술인 ‘생존 아닌 창작’을 고민하는 여건 조성해야

권지혜 기자 2026. 5. 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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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 승격 30주년 앞둔 울산 문화예술계 30년 후는
▲ 본보 37주년 창간호 문화좌담회에 참가한 울산지역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참석자: 주한경 서양화가, 김정호 울산작곡가협회장,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 이하영 내드름연희단 대표, 이소정 소설가, 조은아 울산민예총 청년위원장

산업도시 울산은 과거 한 때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나,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이후 문화예술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며 이제는 '문화도시'로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허약한 문화예술계 인력 인프라와 심화되는 고령화, 지자체 및 기관 등 지원에 의존한 구조 등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본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예술인들과 가진 좌담회에서, 예술인들은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느린 정책' 등을 통해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또 예술인들에게 있어 생존이 아닌 창작을 고민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소정 소설가, 주한경 서양화가, 조은아 울산민예총 청년위원장, 김정호 울산작곡가협회장, 이하영 내드름연희단 대표,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왼쪽부터)

◇장기적 지원하는 '느린 정책' 필요

울산의 문화예술인들은 현재 울산 문화예술계에 직면한 과제로 울산만의 콘텐츠 부족과 일회성에 그치는 지원 등을 꼽은 뒤, 울산만의 콘텐츠 개발과 중년 예술인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소정 소설가는 "울산의 문화예술 지원이 단순하고 일회적일 때가 많다. 다양하고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문학상 수상자들이 책을 내도 관심이 없는 일이 많다. 단순히 수상하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울산 작가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느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울산에 매력적인 서사(敍事, 스토리텔링)가 많은데 문학상들을 보면 몇 십년 전부터 해온 주제를 계속해서 하곤 한다. 이에 울산의 서사가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한경 서양화가는 "울산에서 전시를 하다보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적 인프라가 열악해 무엇인가를 하는데 있어 한계가 따른다. 신생 작가들이 활약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작품이 좋으면 시민들이 많이 온다. 전문적인 기획자가 콘텐츠화된 작품들을 가지고 소비층인 시민들을 위한 접근 통로를 더 잘 만들어줘야 문화 향유권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연장 확충과 문화예술 예산 확대도 언급됐다.

김정호 울산작곡가협회장은 "울산에 공연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공연을 하고 싶어도 장소가 없어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세계적인 공연장 건립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200석 규모의 작은 소공연장이다. 그래야 수요가 충족될 수 있다"며 "공연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도록 공청회 자리가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울산민예총 청년위원장은 "문화예술 관련 건물이 목적 없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꼭 세계적인 규모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장이 아니라 기본적인 조사도 없이 일률적으로 짓곤 한다"며 "현재 울산의 문화예술 예산이 전체 예산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문화예술 예산이 적어도 3~5%까지는 많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내드름연희단 대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정책과 문화와 관광 예산의 별도 집행, 중년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바람을 밝혔다.
▲ 본보 37주년 창간호 문화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생존 아닌 창작 고민하는 도시 돼야

울산의 예술인들은 또 여전히 순수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아쉽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공짜표'와 객석 채우기 관행 등의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하영 내드름연희단 대표는 "내드름연희단이 내년이면 창단한지 40주년이 된다. 민간예술단체로서 흔들리지 않고 있는게 자랑스럽다"면서도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순수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전반적으로 아쉽다. 울산은 광역시 중에 유일하게 무형유산 전수관이 없다. 국악 등 문화예술은 미래의 먹거리이자 유산임에도 너무 신경을 안쓴다"고 지적했다.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은 "덕분에 좋은 작품 봤다고 이야기해줄때 제일 보람차다. 하지만 지원을 받아 공짜로 선보이는 공연에 대한 인식이 아쉽다. 티켓 값이 비싸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순수예술 공연이 매진됐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객석을 채우기 위해 관객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오는 것도 아쉽다"고 씁쓸해하며 "축제가 너무 의전에 치우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호 울산작곡가협회장은 "다수의 청중 동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울산에서 창작음악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청중이 얼마나 왔느냐로 평가하니까 객관적인 평가가 안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술인들은 이어 미래 울산이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성장, 생존이 아닌 창작을 고민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기를 바랐다.

주한경 서양화가는 "울산의 문화예술이 생산, 유통, 시민의 소비, 정책이라는 4가지가 함께 가며 살찔 수 있길 바란다"고 했으며, 김정호 울산작곡가협회장은 "울산이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은 "잘하는 사람이 있으며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각 장르별로 유명한 '스타 예술인'이 탄생했으면 한다"고 했으며, 이하영 내드름연희단 대표는 "문화예술은 필수 영양소처럼 있어야 한다. 울산의 문화예술이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했으면 한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이소정 소설가는 "울산의 문화예술이 산업, 공업과 함께 도시를 이끌어가는 축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조은아 울산민예총 청년위원장은 "울산이 문화예술인들에게 있어 생존이 아닌 창작을 고민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권지혜기자·사진=송준현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