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특집]울산, 외국인 노동자 일손 넘어 가족까지 품는 도시로

신동섭 기자 2026. 5. 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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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시 울산, 이방인에서 시민으로
(상)임시방편 고용, 울산엔 득보다 실
울산 외국인 주민 3만6천명
상당수는 비전문취업 비자
숙련도 쌓을때쯤 비자 만료
장기체류·가족동반 가능한
비자 전환위한 시스템 필요
가족의 사회 단절 해결 위한
생활밀착형 한국어 교실 마련
외국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타 지역 이탈 방지 대책 절실
▲ 아이클릭아트·일부 AI로 생성한 이미지

울산은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곡점에 서 있다.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앞둔 현재, 울산 내 외국인 주민은 공식 집계로만 3만6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울산 전체 인구의 약 3.5%, 국내 전체 외국인 인구 약 215만명의 약 2%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동구와 울주군 온산읍 등 특정 지역은 외국인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며 이미 '다국적 도시'로의 변모가 시작됐다. 하지만 산업 현장과 지역 사회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를 급하게 수급하고는 있지만, 이들은 일정 기간 뒤 떠나야 하는 '정거장 노동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울산이 지속가능한 제조 혁신 도시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일시적인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을 '가족과 함께 뿌리내릴 시민'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외국인 노동자 정착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이 없는지 살펴본다.
▲ 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지역 유치원, 교육기관과 협력해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문화와 다양성을 소개하는 강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제공

◇시한부 체류의 굴레를 벗겨라

울산 산업의 실핏줄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다. 이 비자의 가장 큰 맹점은 숙련도를 쌓아 실무의 핵심 인력이 될 때쯤이면 비자가 만료돼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애써 키워놓은 숙련공을 잃는 '기술 단절'을 겪고, 노동자는 울산에 살고 싶어도 법적 장벽에 가로막히는 실정이다. 이에 울산이 가장 시급히 준비해야 할 과제는 '비자 사다리'의 체계화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순 노무 중심의 E-9 비자를 숙련기능인력(E-7)이나 지역특화형 우수인재 비자(F-2-R)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동반 체류가 가능한 비자로의 전환은 외국인 노동자가 울산을 '돈 벌러 잠시 들른 곳'이 아닌 '아이를 키우고 뿌리 내릴 고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동력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울산시가 비자 전환에 필요한 한국어 교육과 자격증 취득 지원 등 실질적인 '자격 충족 지원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캐나다 출신 다니엘 상담사가 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 상담을 하고 있다. 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제공

◇가족이 고립되면 정착도 없다

현장에서 확인한 가장 뼈아픈 현실은 가족 동반 비자(E-7)를 취득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족이 겪는 '정서적 고립감'이다. 노동자가 조선소나 공장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이, 한국어에 서툰 아내나 부모는 낯선 땅의 집 안에 갇혀 지내는 실정이다.

의사소통의 단절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극심한 소외감과 우울감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외국인 인력이 울산을 떠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착을 위해 참고 살더라도 가족들은 울산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해 정서적으로 쉽사리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을 가르치는 교육을 넘어, 함께 온 가족들이 울산의 일상에 연착륙할 수 있는 언어 교육 인프라 준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현재의 다문화 가족 지원 체계가 미처 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을 위해 이들이 집 밖으로 나와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한국어 교실'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족 구성원들이 스스로 병원에 가거나 시장을 보는 등 기초적인 독립생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외국인 가족 전체가 울산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중국 소수민족 문화가 가진 특별한 의상과 전통,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역사회에 소개하며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나누고 있다. 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제공

◇인력유출 막는 고용 선순환 시스템

울산 현장에서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보 부족이나 막연한 불안감으로 경기도 등 타지역으로 이탈하는 일이 적지 않다. 회사 내 인간관계나 근로 환경 문제로 이직을 고민할 때, 울산 내 다른 기업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지인의 권유를 따라 무작정 타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러한 인력 유출은 울산 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한다. 수년간의 시간이 투입된 숙련공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소문을 따라 타지로 떠나는 것은 결코 울산에 득이 되지 않는다. 이에 현장에서는 울산시가 나서 구직을 희망하는 외국인 인력의 경력과 숙련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지역 외국인 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 만료를 앞두거나 부득이하게 이직이 필요한 노동자에게 지역 내 우수 기업을 선제적으로 매칭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외국인 인력을 울산이라는 울타리 안에 붙잡아두는 강력한 이탈 방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시스템은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인력을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도 할 수 있다.

박유리 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괜찮은 점이 많다고 느낄 때 정착을 결심하게 된다"며 "그 첫 번째는 경제적 안정을 통한 기반 마련이고, 다음은 아이들의 교육·보육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일손을 채우는 정책을 넘어, 한 인간이 가장으로서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 안전하게 스며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 그것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울산 시민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