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특집]‘양적 팽창’ 끝낸 울산, 기술 주도 ‘질적 성숙’시대 열자

서정혜 기자 2026. 5. 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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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울산TP ‘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좌담회
(3)산업수도 울산의 재정의: 제조업 심장에서 혁신 거점으로, 품격있는 대전환
▲ '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릴레이 좌담회가 지난 6일 울산테크노파크 원장실에서 열렸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co.kr

◇진행: 조영신 울산TP 원장
◇참석자: 조홍래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서정욱 울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서병기 UNIST U미래전략원장, 이상호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장, 최정태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이 첨단 디지털 시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 강점과 인프라를 살린 '전환형 신산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지능형 제조 혁신', 산업 혁신의 성과가 시민의 안전과 지역 상권의 활기, 그리고 일상의 자부심으로 온전히 환원되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된 울산의 미래 지도를 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 이상호 산업연구원 센터장

석유화학 인프라 활용
고부가 순환경제 모델
울산만의 독보적 엔진

내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는 울산이 새로운 시정 기수와 맞물려 미래 30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전환점을 맞았다.

이에 본보와 울산테크노파크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울산 미래 30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본보와 울산테크노파크(원장 조영신·울산TP)는 지난 6일 울산TP 원장실에서 '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세번째 좌담회를 열고, '산업 수도 울산의 재정의: 제조업의 심장에서 혁신의 거점으로, 품격 있는 대전환'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 조홍래 울산과학대 총장

대학 실험실 공장으로
기업 연구소 대학으로
융복합 혁신공간 제안

좌담회는 조영신 울산TP 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조홍래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서정욱 울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서병기 UNIST U미래전략원장, 이상호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장, 최정태 한국은행 울산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울산 산업이 양적 팽창의 시대를 지나 데이터와 지능형 기술이 주도하는 질적 성숙의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우선 전문가들은 울산이 직면한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이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산업수도'의 정의부터 질적 가치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 서정욱 울산상의 부회장

수직적인 하도급 구조
전략적 파트너십 전환
상생형 혁신모델 제안

이상호 센터장은 "과거에는 공장의 굴뚝 개수와 수출 총액이 척도였다면, 미래에는 공장의 친환경성과 기술 집약도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울산을 '전환과 혁신을 주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도시'로 정의했다.

특히 이번 좌담회에서는 인프라의 산업적 연계가 강조됐다.

서정욱 부회장은 대·중소기업 간 수직 관계를 넘어서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과 트램 등 신기술이 적용된 인프라를 활용한 연관 산업 육성을 제언했고, 최정태 본부장은 글로벌 무역 장벽 공동 대응과 역내 소비 선순환을 위한 '유통·문화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강조했다.

대기업의 혁신 속도에 발맞춰 중소기업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공급망 전체가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울산만의 실질적인 상생형 혁신 모델도 제안됐다.
▲ 최정태 한은 울산본부장

지자체·유관기관 맞손
정보 접근성 낮은 중기
실질 지원책 플랫폼화

서정욱 상근부회장은 수직적 하도급 구조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내에서 우량 중소기업의 폐업이나 매각 정보가 원활히 유통되지 않아 외부 자본에 잠식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서 상근부회장은 "지역 기업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핵심 부품의 지역 매칭을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지역 내 순환형 구조가 울산 산업의 단단한 외피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센터장은 "울산과 같은 앵커기업 중심 도시에서 제조AI에 대한 수용성은 앵커기업이 높고, 중소기업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종속 관계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관계에서는 하청이 결국 데이터를 뺏기고, 생존 압박에 놓이는 구조가 될 수 있어 배당이나 데이터 거래 등의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서병기 UNIST U전략원장

기존 제조 생산라인에
AI예지보전·안전 이식
미래 모빌리티 허브로

최정태 본부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EU의 탄소 환경 규제 등 급변하는 무역 장벽에 주목했다. 최 본부장은 "정보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업을 위해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위기대응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충격 시 공동구매 형식으로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대체 조달처를 공유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을 플랫폼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산이 기존 주력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 강점과 인프라를 살려 '전환형 신산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상호 센터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기존 강점을 미래 가치로 치환하는 '전환형 신산업' 전략을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세계적 수준의 수소 배관망을 지렛대 삼아 선박용 연료전지와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으로 확장하고, 석유화학 인프라를 바이오 원료 전처리와 고부가 소재 개발에 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은 울산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엔진이다"고 분석했다.

서병기 원장은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지능형 제조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서 원장은 "전기차 전용 공장과 자율운항 선박 테스트베드를 중심으로 기존 생산 라인에 AI 예지보전과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이식하는 방식은 저비용·고효율의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울산이 '미래 모빌리티의 세계적 생산 허브'라는 타이틀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울산이 단순 생산 기지를 넘어 R&D 중심으로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석박사급 젊은 연구 인재가 자발적으로 울산에 모여드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산업 공간의 물리적 지도 변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서병기 원장은 "산업 지도의 패러다임을 '토지 공급'에서 '혁신 역량 공급'으로 전환하고, 대학과 연구시설 주변에 '도심형 혁신지구'를 조성해 연구원들이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실물 데이터를 공유하는 고밀도 산업 영토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기업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홍래 총장은 대학 실험실이 공장 옆으로 가고, 기업 연구소가 대학 안으로 들어오는 '개방형 융복합 혁신 공간'을 제안했다. 조 총장은 "소버린 AI와 같은 첨단 산업 인재 확보를 위해 산단 내 복합 시설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인프라를 연구자들이 내 집처럼 쓰는 '오픈 랩'(Open Lab) 형태의 지도가 그려질 때 인재가 먼저 찾아오는 영토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일터로서의 울산을 넘어 삶터로서의 울산으로 가기 위해, 공간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조언도 나왔다.

조홍래 총장은 울산의 우수한 의료 역량을 산업적 기회로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조 총장은 "울산대학교병원이 전국 10위권의 의료 매출과 최고 수준의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프리미엄 실버·헬스케어 산업과 연계해 은퇴 세대와 자산가들이 머무는 새로운 투자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병기 원장은 "트램과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 등 울산의 미래형 교통 인프라가 단순한 대중교통 편의 제공을 넘어 청년들에게 산업적 흥미와 미래 비전을 제공하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의 현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매력적인 울산을 만들기 위해 도시 계획을 산업 중심에서 구성원의 삶에 초점을 맞춰 물적·제도적 인프라를 개선하고, 도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영신 울산TP 원장은 "울산의 우수한 의료 및 미래형 모빌리티 실증 자산을 고부가 실버 산업 및 첨단 모빌리티 실증 산업으로 고도화하는 '인프라의 산업화'가 청년들이 성장을 신뢰하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활약하는 도시를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산업 혁신의 성과가 시민의 안전과 지역 상권의 활기, 그리고 일상의 자부심으로 온전히 환원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품격 있는 산업 수도' 울산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