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차 전환의 그늘, 흔들리는 자동차 부품 생태계
정부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 합동 지원체계를 가동했다. 향후 5년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총 15조원 규모의 모빌리티 자금을 공급하고, 정책금융과 연구개발(R&D), 수출, 인력 등을 전방위로 지원해 부품업계의 체질 개선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방향은 적절하다. 다만 이번 대책이 역대 정부에서 반복돼 온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산업 현장의 변화를 이끌 실질적 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단순 제조업을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 데이터가 결합된 첨단 융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응 속도는 우려스러울 만큼 더디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래차 전용 부품업체는 전체의 3%에 불과하고, 사업 전환을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업체도 6.1%에 그쳤다. 부품업체들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기술력·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산업 전환의 흐름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수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우리나라 완성차 수출액은 72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부품 수출은 3년 연속 감소하며 212억 달러에 머물렀다. 완성차의 성장과 부품업계의 침체가 엇갈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동화로 핵심 부품 수가 줄어든 데다 미국의 관세 압박까지 겹치면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 도시 울산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울산의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019년 33억 달러에서 지난해 25억 달러로 줄었고, 지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8%에서 2.9%로 축소됐다. 완성차 수출은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지난해 245억달러로 격감했지만, 지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0%에 달한다.
울산의 880여개 자동차 부품·협력업체 가운데 약 40%는 미래차 전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내연기관 설비 유지와 미래차 투자라는 이중 부담을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완성차의 성과가 부품업계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모래성'이 되지 않도록, 산업 생태계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건강한 부품 생태계 없이는 완성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도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