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날’ 된 스승의 날… 교사 단체들, 교육부 기념행사 보이콧

최인준 기자 2026. 5. 1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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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 대책 불만에 불참 선언

15일 교육부가 주최하는 ‘스승의 날 기념 행사’에 한국교총·교사노조·전교조 등 3대 교원 단체가 모두 불참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행사에서 추진하던 ‘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 선언’ 등에 불만을 표하며 보이콧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계에선 교권 추락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해 교사들 불만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행사를 추진해 이런 갈등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3대 교원 단체는 교육부로부터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스승의 날 기념식은 교육 발전에 기여한 교사에게 정부 포상을 하는 행사다. 1982년 스승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교육부와 교총이 공동 주최해 왔는데 올해는 각각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교육부 행사에는 교총·교사노조·전교조 등 3대 교원 단체뿐 아니라 실천교사연합·새로운학교네트워크·좋은교사운동 등 진보 성향 단체들까지 모두 초청했다.

나의 ‘눈’이 되어준 선생님께, 점자 손편지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고등학교 3학년 임서영양이 점필(점자를 쓰는 뾰족한 필기도구)로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점자 손편지’를 쓰고 있다. 임양은 “작은 씨앗을 열매로 키워내신 사랑과 헌신을 존경합니다”라고 썼다. 유치원 때부터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임양은 “15년간 돌봐주시고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박성원 기자

교사 단체와 교육부 간 갈등이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추진한 ‘교육 회복 공동 선언’ 때문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악성 민원, 교권 침해로 위축된 교육 활동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선언 발표를 추진했다. 하지만 교원 단체들은 교육부가 선언 내용에 대해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사전에 장관과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사들이 위로와 감사를 받아야 할 스승의 날에 정부가 ‘교사들이 더 잘해야 한다’는 취지의 다짐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교직 상황이 관제 행사에 들러리를 설 분위기냐”고 했다.

교총은 교육부 행사와 별도로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 계획이다. 교원 단체들이 대거 빠지면서 스승의 날 행사가 ‘주인 없는 잔치’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초 교권 침해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고민한 뒤 공동 선언을 하는 걸 논의했지만 (단체와) 의견 협의가 잘 안 돼 토크 콘서트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원 단체들이 등을 돌린 배경에는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부 교원 단체가 핵심 대책으로 주장한 ‘교권 침해 시 학생부 기재’는 빠져 ‘부실 대책’으로 비판받았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교사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장 체험 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취지로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대를 없애면 안 된다’고 발언해 학교 현장의 분위기가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교사들이 느끼는 직업적 회의감은 더 심각하다. 교사노조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5.5%가 ‘지난 1년간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했다. 사직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62.8%)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은 ‘지난 1년간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사의 헌신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한 교사는 5.6%에 불과했고, 교직 생활에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전체의 34.4%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시도 교육청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학생이 준 케이크를 먹지 말라’는 취지의 공지를 해 교사들 불만에 불을 지폈다. 해당 교육청은 교사 업무 포털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케이크 파티를 열고 학생들끼리 나눠 먹는 것은 괜찮지만, 교사와 나눠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 배너를 올렸다. 결국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냐’는 교사들 항의에 배너를 삭제했다. 교육청 측은 “지난해 스승의 날에 학생들에게 케이크를 받았다가 교사가 신고당한 사건이 있어서 혼란이 없도록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학생과 케이크도 같이 먹지 말라는 얘길 들으니 큰 회의감이 든다”, “이게 정상적인 교육 현장이냐”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처우 때문만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교권이 보호받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교사들은 결코 교단을 등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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