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원초적 풍경 담은… 한 폭 ‘수묵화’ 같은 사진
“詩를 쓰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가 이정진(65)은 2년 전 아이슬란드 땅을 처음 밟았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거칠고 다이내믹한 자연”이 그를 맞았다. “왜 이제야 여길 왔을까 싶을 정도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나의 영토’라는 직감이 들었다. 극단적인 날씨 변화와 속도가 내 어깨를 막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그는 원초적인 시공간에 몸과 정신을 맡긴 채, 풍경이 온전히 자신을 통과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 ‘Unseen/Thing’에 이 사진들이 나왔다. 검은 화산암과 흰 눈, 역동적인 공기, 거품이 이는 파도와 거친 바위가 태초의 자연처럼 흑백 사진에 녹아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먼저 발표한 이 사진들은 가디언과 FT 매거진 등 주요 외신에서 “우리 내면의 모든 울림을 담아낸 풍경”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가디언은 별 다섯 개 중 네 개를 주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풍경은 실존적 불안과 은유적인 사색의 표현”이라고 평했다.

사진이지만 회화처럼 보인다. 거친 목탄화 같기도, 짙은 수묵화 같기도 하다. 하얀 거품 같은 파도가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가르며 끝간 데 없이 이어지고, 우뚝 솟은 원뿔 모양 산 형상이 수면 위로 반사돼 대칭을 이룬다. 흐릿하게 번진 수평선, 검은 화산암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자연과 마주하며 형성된 내면 풍경에 가깝다. 작가는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며 “경계에 있는 상태 자체를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한지(韓紙)에 사진을 인화하는 독특한 아날로그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촬영은 한 달 만에 끝났지만, 후속 작업이 열 달 걸린 이유다. 풍경을 촬영한 다음 한지에 붓으로 감광 유제를 바른 뒤 그 위에 인화하고, 이를 다시 디지털로 스캔하고 보정 작업을 거쳐 인쇄한다. 그는 “느리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이 느린 속도가 깊이와 바닥을 보려는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한지에 감광 유제를 바르면 마치 피부처럼 깊은 곳에서 이미지가 배어 나오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한지의 물성은 관람자가 사진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도록 만드는 힘을 지녔다”고 했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사막’(1990~1995) 시리즈를 냈고, 2010~2011년 ‘This Place’ 프로젝트에 유일한 아시아 작가로 참여하며 국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토기, 숟가락 등 익숙한 사물을 포착한 ‘Thing’ 시리즈도 이번 전시에 함께 나왔다. PKM 갤러리는 “두 작업에는 20여 년의 시차가 있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 가시적인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연결된다”고 했다. 23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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