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명도 안되지만… “가족친화제도는 대기업 안부럽죠”
[아이 낳게 하는 일터] 유투엑스랩

중소기업 ‘유투엑스랩’에 다니는 송영훈(43·대리)씨 가족에게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은 ‘외식하는 날’이다. 지난해 초 송씨가 이 회사로 이직하면서 새로 생긴 가족 문화라고 한다. 회사가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하는 ‘패밀리데이’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엔 2시간 일찍 퇴근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가족에게는 큰 시간이었다”며 “이젠 두 딸이 ‘이번 달엔 언제냐’며 패밀리데이만 기다린다”고 했다.
유투엑스랩은 제약사나 신약 개발사가 의뢰한 검체를 분석해 그 결과를 전달하는 임상시험 분석 서비스 기업이다. 전체 임직원 수는 48명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가족친화 제도만큼은 대기업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오전 7~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해 하루 근무시간(8시간)을 채우고 퇴근하는 자율출퇴근제 뿐 아니라 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는 2시간 단축근무(패밀리데이)를 운영한다. 연차도 하루나 반차 단위가 아니라 1시간 단위로 쓸 수 있다. 자녀가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 등엔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재택근무를 신청해 일할 수도 있다.
이 중 직원들은 가장 만족하는 제도로 자율 출퇴근제를 꼽았다. 직원들은 자신의 일정에 맞춰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심지어 이를 고정해 놓지 않고 매일 새롭게 출근 시간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 등원을 맡아야 하는 날에는 등원을 마친 뒤 출근하고, 병원 진료나 은행 업무가 있는 날에도 회사에서 따로 결재받을 필요 없이 출근 시간을 바꿀 수 있다. 이 회사 분석센터에서 일하는 김재희(43) 팀장은 “이전 직장에 다닐 때는 아이 등하원을 위해 장모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자율 출퇴근제 덕분에 둘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육아 부담은 줄면서도 아이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다는 것이다.
유투엑스랩에서는 하루 연차나 반차뿐 아니라 ‘시간 단위 연차’도 활발하게 쓰인다. 2021년 처음 도입됐는데, 전산 시스템에 필요한 시간만큼 연차를 입력하면 남은 연차에서 시간 단위로 차감된다. 예전 같으면 반차를 내야 했던 일도 지금은 필요한 시간만큼만 휴가를 쓰고 출근할 수 있다. 덕분에 아이 병원 진료는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행사에도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7살 아들을 키우는 임주연(42) 차장은 “어린이집 행사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갔고, 일하는 엄마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운영위원회도 맡았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선 난임 치료가 필요한 직원에게 최대 1년까지 무급 휴직을 주고, 임신기 직원은 근로시간을 단축(2시간)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은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 휴직 외에도 ‘육아기 재택근무’를 1년에 24차례 쓸 수 있다. 방학기간 등 자녀가 부모를 많이 찾는 시기에 이 제도를 활용해 도움받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
이달부터는 학자금 지원 제도도 대폭 확대했다. 초·중·고 자녀 학자금은 분기당 최대 100만원까지, 대학 등록금은 학기당 최대 700만원까지 지원한다.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라면 매년 건강검진비로 25만원을 쓸 수 있게 해주는데, 건강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가족이 대신 검진을 받거나 헬스장 등 운동 시설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큰 비용이 드는 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투엑스랩이 가족 친화 제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숙련 인력을 지켜야 회사 경쟁력도 올라간다”는 판단 때문이다. 임상시험 분석 업무는 직원들의 숙련도가 중요하다. 새 직원이 들어와도 최소 수개월의 교육과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명만 이탈해도 회사 전체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2021년부터 자율 출퇴근제, 시간 단위 연차, 육아기 재택근무, 패밀리데이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여기에다 육아휴직 복귀자를 위한 ‘온보딩’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육아 휴직 기간 회사의 업무 방식이나 조직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만큼, 복귀한 직원이 다시 회사에 적응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육아 휴직을 경험한 직원 등이 멘토가 돼 복귀자에게 바뀐 내용들을 설명해준다고 한다. 사무실엔 복귀를 환영하는 작은 기념 현수막도 걸어준다. 202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벌써 3명이 이 온보딩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덕분에 직원이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사라졌다. 오히려 회사를 떠났던 직원이 ‘복지 제도 때문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며 복귀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회사 직원에게 영입 제안을 할 때, 가족친화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곳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진혁성 유투엑스랩 대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인력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가족친화 제도는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월의 드레스 여신, 이재(EJAE)의 한국 모티브 드레스 감상
- [오늘의 운세] 5월 17일 일요일 (음력 4월 1일 辛卯)
- 정청래 “김용남은 민주당 아들, 자식 버리는 부모 없다”
- 삼성전자 노사 대화 재개…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
- 푸틴, 시진핑 초청으로 19~20일 중국 국빈 방문
- K리그 이기혁 깜짝 발탁... 북중미 월드컵 나설 최종 26인 확정
- 박찬대 후보, ‘당찬캠프’ 개소식… “선거 필승” 다짐
- 6·3 후보 34% 전과자... 평균 재산은 9억원
- 정원오 “보수 품격 배우라” 오세훈 “선거 품격은 토론” 설전
- 소아청소년병원협회 “아티반 등 소아약 반복 품절…진료차질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