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헬멧 던졌고, 양창섭 포효했다…13구 대혈투→선발승 양창섭 "일부러 수염도 안 밀었어요"

최원영 기자 2026. 5. 1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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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잠실, 최원영 기자] 마지막 위기까지 슬기롭게 넘겼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양창섭(27)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야수들의 실책에도 꿋꿋이 버티며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선보였다. 팀의 9-5 승리에 공을 세웠다.

총 투구 수는 92개였다. 포심 패스트볼(39개)과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13개), 투심 패스트볼(9개), 커브(7개)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km/h, 최저는 146km/h였다.

올해 5선발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양창섭은 개막 후 3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후 중간계투진으로 향했다. 이번 경기엔 대체 카드로 출격했다. 최근 5선발을 꿰찬 신인 장찬희가 지난 9일 휴식 차원에서 말소됐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다 열흘을 채운 뒤 엔트리에 복귀할 예정이다.

삼성은 장찬희의 등판 차례였던 14일 LG전에 선발투수로 좌완 이승현을 내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승현은 지난 10일 2군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했다가 발가락 물집이 터져 투구가 어려워졌다.

양창섭이 이번 경기를 맡아 선발승을 챙기며 임무를 완수했다. 시즌 성적은 7경기 20⅔이닝 2승 무패 평균자책점 5.23이 됐다.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1회말과 2회말 양창섭은 연이어 삼자범퇴를 선보였다.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송찬의의 큼지막한 타구가 나왔지만 좌익수 구자욱이 담장 바로 앞에서 점프해 타구를 낚아챘다. 구자욱은 포구 후 담장에 부딪혀 앞으로 날아가 쓰러지기도 했다. 무사히 털어내고 일어났다.

3회말 양창섭의 첫 실점이 나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이주헌에게 2구째로 123km/h 커브를 던졌다가 비거리 110m의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점수는 5-1이 됐다. 신민재의 타구는 양창섭의 글러브에 맞고 2루수 방면 내야안타가 됐다.

박해민의 2루 땅볼엔 4-6-3 병살타가 나올 수 있었지만 2루수 류지혁이 송구한 공을 유격수 이재현이 놓쳤다. 2루에서 신민재만 포스아웃됐다. 후속 구본혁은 류지혁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했다. 2사 1, 2루서 양창섭은 천성호를 투수 땅볼로 요리했다.

4회말은 다시 삼자범퇴였다. 선두타자 오스틴 딘의 뜬공 타구에 구자욱이 한 번 더 좋은 수비를 펼쳤다.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5회말 양창섭은 마지막 고비를 만났다. 홍창기, 이주헌의 좌전 안타로 무사 1, 2루. 신민재의 유격수 땅볼, 박해민의 좌익수 뜬공, 구본혁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됐다. 천성호에게 땅볼을 유도했으나 이재현이 포구 실책을 저질러 실점으로 이어졌다. 점수는 7-2.

후속 오스틴은 양창섭과 13구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양창섭은 볼 3개를 던진 뒤 4구째에 포심으로 스트라이크를 넣었다. 이어 계속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5~6구째 포심과 7~10구째 슬라이더, 11~12구째 포심에 오스틴이 연이어 파울을 쳤다. 8구 연속 커트해냈다.

양창섭은 13구째로 오스틴의 몸쪽 가장 낮은 코스에 포심을 던졌다. 이 공이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상에서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 걸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오스틴의 루킹 삼진으로 5회를 끝낸 양창섭은 어느 때보다 크게 포효하며 기뻐했다. 반면 오스틴은 ABS를 원망하며 방망이와 헬멧을 그라운드에 던졌다. 양창섭에겐 해피 엔딩이었다.

경기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발 양창섭이 너무 잘해줬다. 위기 상황에서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도 이겨내면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 타자(오스틴)와의 승부에선 공을 많이 던지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극찬했다.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은 "며칠 전 갑자기 (선발 등판) 소식을 들었다. 따로 준비한 것은 없고 컨디션 조절만 잘 했다. 구원 등판할 때처럼 한 이닝, 한 이닝 던지자고 생각했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구 수를 많이 늘려놨고 선발로 시즌을 시작해서 딱히 큰 무리는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인중에 콧수염이 꽤 자란 상태였다. 양창섭은 "징크스 때문에 그냥 뒀다. 밀면 꼭 결과가 안 좋더라. 이제 오늘(14일) 밀 것이다"며 멋쩍게 웃었다.

등판 전에는 어떤 각오였을까. 양창섭은 "3이닝 1실점을 생각했다. 항상 공격적으로 투구하려 하는데 안 되는 날도 있더라"며 "이번엔 '그냥 좀 더 즐기자. 점수 줘도 야구 인생 끝나는 거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더 잘된 것 같다"고 밝혔다.

송찬의를 돌려세운 구자욱의 호수비엔 감탄했다. 양창섭은 "정말 좋았다. 안타인 줄 알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형이 그곳에 가 있었다. '아 잡겠다' 싶었다"며 "형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뭐가 감사해'라고 하더라. 태연하게, 너무 당연히 잡을 수 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나도 형을 믿었다"고 미소 지었다.

오스틴과의 마지막 승부는 잊을 수 없다. 양창섭은 "제일 잘 치는 타자 아닌가. 오스틴을 출루시키면 투수가 바뀔 것이라 느꼈다. 2아웃이니 여기서 승부 보자고 다짐하고 계속 싸우러 들어갔다"며 "운 좋게 마지막 공이 (존에) 걸쳐서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 하늘이 도왔다"고 돌아봤다.

▲ 왼쪽부터 양창섭, 박진만 감독 ⓒ삼성 라이온즈

포효 세리머니에 관해서는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이번 경기를 통틀어 이 삼진이 제일 좋았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양창섭은 "(강)민호 형이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는데 유난히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존도 더 넓고 커 보였다. 그렇게 보고 던졌다"고 답했다. 구속이 더 올라온 것에 관해서는 "갑자기 빨라졌다. 이유는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계속 선발로 뛰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물었다. 양창섭은 즉시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선발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팀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선발로 나가고, 아니면 롱릴리프로 계속 열심히 하는 게 내 목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게 힘들진 않을까. 양창섭은 "아직 괜찮은 것 같다. 젊어서"라고 자랑했다.

양창섭은 "시즌 초부터 올해 선발과 불펜을 합쳐 90~100이닝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던지겠다"며 "기회를 주시면 이닝을 많이 소화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내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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