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빌런들의 욕망을 비추다
단편 작품 담긴 스릴러 소설
“이 책을 택한 당신이 즐겁길”

반전 스릴러‘ 홍학의 자리’로 20만 부를 판매하며 베스트셀러 작가에 이름을 올린 춘천 출신 정해연 소설가가 첫 소설집 ‘불빛 없는 밤의 도시’를 출간했다.
액션, 범죄, 블랙 유머가 완벽한 삼중주를 이루는 ‘2인조’와 드라마화된 ‘유괴의 날’ 을 포함한 ‘날 시리즈’ 등으로 출간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평단의 주목으며 한국 스릴러 장르의 독보적 시선으로 꼽히고 있다.
‘불빛 없는 밤의 도시’는 단편이 세심하게 짜인 설계와 끝까지 치닫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스릴감을 전달한다. 소설집에 실린 모든 작품이 파이트링에 올라간 듯 팽팽하게 독자를 조여온다. 예상치 못한 면에서 날아오는 훅과 펀치는 스릴러 팬을 녹다운시키게 하기도 충분하다.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현실적 빌런’들에 가깝다. 표제작인 ‘불빛 없는 밤의 도시’의 주인공 재우는 영인시청 공무원으로, ‘불빛 없는 밤의 도시’를 기획한다. 더 잘 살려고 하지만 상황들이 점점 그를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나비효과처럼 사건들은 얽혀가고, 재우는 저항하지 못한다. “비굴한 것도 습관이야”라는 말이 언급되는 에필로그는 반전을 거듭한다.
‘보름’의 종국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와 있는 줄도 몰랐던 배다른 동생을 함께 만난 것을 계기로 끔찍한 진실에 직면한다. 5년 전 죽은 아버지의 망령이 지녔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에 뒷골이 서늘한 반전이 소설을 강렬하게 삼켜버린다.
우발적인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아름다운 괴물’은 작중 등장인물들이 마주한 파멸적 결말에서 촘촘하게 짜인 반전 코드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정해연 특유의 브레이크 없는 서사적 질주의 묘미가 돋보인다. 현실에서 겪는 악의가 삶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인생, 리셋’에서 준구는 여러 차례 타임 리셋을 겪는다. 더욱더 잘 살기 위한 욕망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준구는 악인처럼 보인다. 그는 과연 자신이 원하던 성공 가도의 삶을 쟁취할 수 있을까, 폭주하는 기차처럼 끌어가는 서사의 힘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정해연 작가는 “지난날의 사진을 붙여둔 앨범을 돞아보는 기분으로 즐겁게 고른 단편들을 다시 선보이게 됐다”며 “장편과 단편 어느 쪽이든 언제나 ‘이 책’을 선택한 당신이 즐겁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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