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발목만 잡더니 결실은 나누자고?

“가장 필요한 것은 쏙 빼고 생색만 냈으면서 이제 이익까지 가져가려고 한다.”
최근 만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숨이 깊었다. 안에선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밖에선 정치권이 초과이익, 초과세수 환수를 거론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서 ‘국민배당금’을 제안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발생할 초과세수를 청년 창업,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AI 전환 교육 등에 환원하자는 구상이다. 김 실장은 해당 글에서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라는 말을 섞어 썼는데, 해당 발언에 12일 코스피가 장중 5% 급락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이 한 말은 인공지능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라며 진화에 나섰다.
사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소년 가장’이다. 미국·대만·일본·중국 같은 ‘옆집’ 반도체는 부모 지원에 무럭무럭 크지만, 한국 반도체는 변변한 부모 지원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로봇 장난감(현금 보조금)’을 원하는데 로봇은커녕, 로봇이 그려진 종이 박스(세액공제)만 덩그러니 받았다.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을 보자. 반도체 업계는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요구했지만 노동계 반대로 빠졌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뒷다리는 잡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무시됐다. 2023년 반도체 적자기에 거론된 ‘현금 지원’ 정책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EU·일본이 수십조 원의 직접 보조금으로 반도체를 육성할 때, 우리는 “재벌 기업을 왜 돕느냐”는 한마디로 상황이 종료됐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말뿐인 지원의 실체를 보여준다. 러브콜을 보내는 세계 각국을 거부하고 정부 유치에 따라 용인에 반도체 팹을 짓지만, 전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필요 전력 15GW(기가와트) 중 40%인 6GW는 공급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원전 6기 분량이다. 지난 2월에는 산단을 전라도로 옮기자는 정치권 논쟁이 일었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법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을 미국에 유치하며 실속을 챙긴 트럼프 대통령도 미 정부가 지원한 직접 보조금의 최대 75% 한도 내에서만 수익을 환수한다. 지원도 없이 환수하지는 않는다.
김 실장이 예로 든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천연자원으로 이익이 날 때 세금을 부과해 사회와 공유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반도체는 천연자원이 아니다. 기업가의 뼈를 깎는 노력과 직원들의 밤낮 없는 기술 개발로 이룬 것이다. 초과 이익을 나누자고 말하려면 평시에도 안정적으로 이익이 나도록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11년 초과이익 공유 개념이 나오자,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진단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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