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제 협조’ 요구한 트럼프, ‘대만 충돌’ 언급한 시진핑…미중 ‘전략적 거래’

김원철 기자 2026. 5. 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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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한 환영식을 열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 전쟁과 대만 문제에 대한 각자의 필요한 요구를 맞교환했다. 두 정상이 정치적 생존과 실리를 위해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거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회담 시작부터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부딪치거나 심지어 충돌할 것”이라며 미-중 충돌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발언 내용과 대상이 이례적이고, 강도가 매우 세다. 무역과 투자, 이란 전쟁 등 현안에서 협상 여지를 열어두더라도, 대만 문제만큼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못박은 ‘선제적 레드라인 선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회담 전날 대만 문제를 필두로 민주주의·인권, 발전경로·정치시스템 등 ‘4대 레드라인’을 공개 발표하며 협상 경계선을 미리 그은 바 있다.

시 주석은 패권국과 도전국의 관계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미·중이 넘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이 더 이상 도전국 입장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양국이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대만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베이징 톈탄(천단)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굉장하다. 훌륭한 곳이다. 중국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대만 관련 질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모호성 유지일 수 있고, 시 주석의 강경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과격한 대만 관련 발언에 침묵하는 대신, 본인의 시급한 현안인 이란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얻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반대와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재개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두달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경제적 뒷배인 중국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영향력을 발휘해주길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시엔비시(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협조가 화끈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핵무기 보유 반대와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재개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란을 움직이기는 어려운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란과 우호 관계에 있고, 중동 정책에서 이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최대치로 받아들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중국이 이 정도 수준 이상의 압박을 이란에 가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대신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미국산 원유와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고,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 원료 차단에도 협조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라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레드라인을 높였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협조와 대규모 구매 계약이라는 실리를 챙겼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인민일보에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중국 당국이 대만 문제에서 미-중 간 충돌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시 주석이 회담에서 이란 문제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만 문제에 대한 레드라인을 크게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협력은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라기보다 각자의 바람 달성을 위한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협력’에 가까워 보인다. 양국이 이란 전쟁이나 대만 문제에서 각자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이는 자신의 정치·경제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뿐 구조적인 대립 해소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두고 강경한 메시지를 낸 데 대해 대만은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건 중국이라고 맞받았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의 량원제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진정 중·미 공통의 이해관계라면, 중국 공산당은 스스로 군사적 위협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키디데스 함정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신흥 강대국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기존 맹주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불러왔다고 분석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2012년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현대 국제정치에 적용하며 널리 알려졌고,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신흥 세력이 지배 세력에 도전했던 16개 사례 중 12개가 전쟁으로 이어졌다.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부상하는 중국과 패권국 미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있다며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도쿄/김원철 홍석재 특파원, 윤연정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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