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 네가 아기의 수호천사라면…[그림책]
오승민 글·그림
킨더랜드 | 56쪽 | 1만7000원

시작의 순간들은 대개 서툴고 여리다. 막 피어난 이파리는 연하고, 막 켜진 촛불은 조용한 숨결에도 금세 흔들린다. 이 세상에 막 도착한 아기들의 몸에도 몽고반점이라는 푸른 흔적이 남아 있다. 마치 이곳에 오기 전 어딘가의 빛을 몸에 묻혀온 듯 연약한 시작의 기색처럼 보이는 이 푸른 자국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책장을 열면 아주 먼 곳에 사는 작고 파란 ‘몽’이 의자에 앉아 있다. 몽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 별 하나가 떨어지고 몽은 한달음에 달려가 그 별을 품에 안는다. 애지중지 키운 별 속에선 작은 아기가 태어난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엄마를 만날 때가 되었고 몽도 함께 삼신호에 올라타 길을 떠난다. 그리고 아이가 엄마를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몽은 아기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는다.
오승민 작가의 부드러운 필선은 아이를 향한 몽의 사랑을 포근하게 그려낸다. 둥글고 부드러운 몽의 모습은 푸른 몽고반점이 그대로 살아난 것 같다. 책 속 삽화들은 노란 별에서 태어난 아이가 파란 몽과 만나 따스한 초록빛 세상에서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몽은 아이가 서툰 걸음마를 뗄 때 곁을 지키고, 잠든 아이를 조용히 토닥이기도 한다.
“아가야, 잘 있어. 나는 이제 가야 해.”
그리고 언젠가 몽은 떠난다. 아이에게 남아 있던 푸른 흔적도 함께 옅어진다. 이 이별은 몽이 손을 놓아도 될 만큼 아이가 성장했다는 뜻이다. 또한 이제는 몽 없이도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 가깝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은 쓸쓸하기보다 다정하다. 모든 이별이 그렇듯 아이와 몽의 헤어짐 역시 슬픔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충분히 받은 사랑과 그 사랑이 남긴 온기는 앞으로 아이가 만나게 될 또 다른 낯선 세상들 속에서도 오래 남아 있을 테니까.
이령 기자 l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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