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나크바 이후, 기후정의
작년 5월15일 팔레스타인 농학자를 초청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이스라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을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농부가 자신의 농지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관해 들었다. 당시 나는 5월15일이 무슨 날인지 묻는 진행자의 말 앞에서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스승의날 외에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팔레스타인인에게 그날은 대재앙이라는 뜻의 ‘나크바’라고 불리는 날이었다. 이스라엘 건국일인 1948년 5월14일의 다음날이었다.
기후생태책방 운영을 준비 중이던 나는 지구상 살아가는 일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착각하던 상태였다. 기후 참사와 생태계 파괴 현안, 개발에 따른 부담 전가의 구조 속 피해받는 존재들에 관한 고민이 녹아든 책방을 꾸리길 바랐다. 기후생태책방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2023년 10월 이후의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인종학살 문제 또한 책방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드레아스 말름의 책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를 접하고 반가웠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하며 자원을 수탈하고, 군사적 폭력과 개발 논리를 결합시켜온 제국의 방식이 화석연료 체제가 지구를 결과적으로 파괴해온 방식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영국의 증기선 사용의 예에서 보건대, 화석 자본을 이용한 효율적이고 파괴력 큰 수탈이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식민화에 복무했음을 연결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원 문제는 최근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연안 가스전에까지 연결된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앞바다를 통제하고 있다. 지중해 레반트 해역에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해역유전 탐사권 12개를 204억원에 판매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한 박탈에, 대규모 화석연료 채굴이 더해진 것이다. 절실한 생명의 문제는 이제 심화된 기후위기와 해양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약탈에 한국석유공사의 영국 자회사 다나 페트롤리엄도 가담 중이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기업 에니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지난 3월 가스전 탐사에서 공식 철수한 것과 대비적이다. 이 가담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계속해서 인종학살하는 데에 자본과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이전부터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과 이른바 대왕고래 탐사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환경 문제를 반복해 일으켜왔다. 기후위기 시대에 여전히 화석연료 확보를 위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시대착오를, 게다가 폭력과 점령 체제 속에 있는 팔레스타인을 뒤로하고 범하게 할 수 없다. 더구나 고스란히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에 힘이 될 비용을 이스라엘에 지불하는 건 용납되기 어렵다. 기후정의는 단지 탄소 감축과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생명을 살해하고, 거주 조건을 파괴하는 체제에 맞서지 않고는 진정한 생태적 전환은 가능하지 않다.
9~21일은 ‘가자지구 자원 수탈하는 한국석유공사 규탄 행동주간’이다. 팔레스타인 상황을 외면한 채 기후·생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오늘은 나크바의 날이다. 한국 정부와 공사는 집단학살·생태파괴에 자금을 대는 행태를 중단하라.

윤은성 시인·기후생태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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