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성년자 사각지대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우수아 기자 2026. 5. 14. 19: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원가 옆 전자담배 판매점…청소년 호기심 자극
미성년자 출입 통제 불가…상주 관리인 없어
담배 자판기 성인인증 과정 허점…본인 일치 여부 확인 못해
1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벽면에 놓인 자판기로 비대면 거래가 이뤄진다. 우수아 기자

14일 오후 1시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무인 전자담배 매장. 별도의 인증 장치 없이 자동문 버튼만으로 쉽게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미성년자 출입 금지 안내물이 붙어 있긴 했지만 입구 한켠에 작게 설치,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출입이 자유로운 탓에 매장에는 비교적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았다.

전자담배 구입 중이던 한 20대 청년은 "24시간이라는 점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이용한다"며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신분증 인증만 하면 돼서 간편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편리함 속 미성년자 출입은 따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것. 매장은 학원가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가게 밖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부를 쳐다보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1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구매를 시도하자 나타난 성인 인증 화면. 우수아 기자

가게에 들어서니 어두운 분위기 속 네온 조명이 으슥한 분위기를 뿜었다. 자판기를 누르니 20개도 넘는 다양한 전자담배 종류가 펼쳐졌다. 초콜릿, 과일 등 다양한 맛과 '신상, 인기, 2+1'의 프로모션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자담배 구매는 벽면에 설치된 자판기를 이용한 비대면 구매로 이뤄졌는데, 구매를 시도하니 성인인증 화면이 나타났다. 안내 멘트에 따라 신분증을 올려놓으니 10초도 안 돼 바로 결제 화면으로 넘어갔다. 지문 인식, 얼굴 대조 등의 추가 절차가 없어 구매자와 신분증 상 인물이 동일한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인근 2곳의 매장을 추가로 둘러봤지만, 모두 신분증 유효성 검증에서 그칠 뿐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는 없었다.

미성년자가 타인 신분증으로도 얼마든지 인증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10대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박 모(50대) 씨는 "부모들 신분증 가져다가 인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무인 판매점에서는 신분증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동안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은 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지난달 24일 담배사업법이 개정 시행되며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적 담배에 포함됐지만, 국민증진법상 담배자동판매기 성인인증장치 부착 의무 외에 다른 규정은 없어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의 신분증 도용 가능성은 만연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에 따라 무인전자 담배 판매점도 점검 및 단속에 나가고 있다"며 "오는 6월 23일까지 계도 기간을 거쳐 위반 항목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