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파업 대비 감산 검토… 노조, 정부 대화 요청 거부
파업시 직·간접 손실 최대 100조
중노위 사후조정위 재개도 무산
민노총은 "긴급조정권 안돼" 압박

삼성전자가 파업에 대비해 감산까지 검토하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재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협력사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조측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 입장을 고수하며 이를 거절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파업을 막을 마지막 카드인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세수는 물론 경제성장률도 큰 타격을 입고,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동계의 반발을 감당해야 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18일 동안 예고한 노조 총파업에 대응해 이날부터 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공정 위주로 재편하는 '웜다운'(생산 중단시 발생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에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조치)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 공정이 중간에 중단될 경우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파업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가동 중단 1주일 전부터 생산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사전 조치에 돌입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노조가 18일간 파업을 강행할 경우 직접 손실 20조~50조원에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를 포함한 간접 손실까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한 예로 2018년 평택 공장 정전사고로 28분 간 생산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는데, 당시 약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시간에 약 1071억원, 하루 약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8일간 파업 일수를 적용하면 46조8000억원에 이르는데, 여기에 파업 종료 후 라인 재가동과 정상화까지 추가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체 메모리 공급망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업 이후 발생하는 피해도 만만찮다. CXMT(창신메모리)·YMTC(양쯔메모리) 등 중국 메모리 업체가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점유율 확대를 넘어 중국 반도체 굴기가 한 단계 가속화되는 구조적 변곡점이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러자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사측은 중노위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이날 노조 공보방에 "(성과급)상한폐지 제도화와 투명화 계획이 있으면,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14일 노사 협상 무산 당시 최 위원장이 중노위 조정안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나왔다는 후문이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적극 검토를 호소했다.
그러자 이번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나서서 긴급조정권 발동에 반대했다. 이들은 "단지 산업 규모가 크고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없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선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조업 중단은 공급망 전체 피해로 확산될 수 있고, 주식 시장에 내재된 불안감도 증폭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민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개연성, 리스크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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