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젠슨 황, 미중 AI 협상카드 부상… 삼전닉스 메모리 몸값도 높아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 구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AI 협력 기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H200 구매 라이선스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 통상 협상을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의 대중국 판매가 본격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 확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경우, 엔비디아 AI 칩에 장착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주요 IT 기업에 개별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각 기업은 최대 7만5000개의 H200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으며, 레노버와 폭스콘 등도 공식 유통사 자격으로 판매 허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원칙적으로만 허용됐던 H200의 대중 수출이 실제 기업과 물량 단위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미국의 전격적인 승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품 인도는 아직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중국 정부가 화웨이 등 자국산 AI 칩 사용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산 고성능 칩 도입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 측은 미국 영토를 경유하는 과정에서 보안상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젠슨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전격 합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사절단 명단에 없었던 젠슨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알래스카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번 판매 승인에는 엔비디아가 H200 판매로 얻는 수익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는 방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수출 수수료를 직접 부과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모든 칩이 중국으로 향하기 전 미국 영토를 거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가 세수 확보와 공급망 통제권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 중앙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칩 구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엔비디아에 중국은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한때 엔비디아는 중국 첨단 AI 칩 시장의 95%를 장악했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 점유율은 사실상 '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젠슨 황 CEO는 올해 중국 AI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과도한 규제가 미국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 관련 기대감은 중국 증시에도 반영되며 AI 반도체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고, 상하이종합지수도 2015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AI 칩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비중은 SK하이닉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확대 전망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에 대한 수혜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 증가가 맞물릴 경우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동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 연산용 칩 한 개당 탑재되는 HBM 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가 기존 PC·모바일 중심에서 AI 서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H200 칩의 실제 인도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 글로벌 기술 공급망 재편과 AI 패권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사말에서 미·중 관계가 '적수'가 아닌 '파트너'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대에 사의를 표하며 "미·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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