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니엘만 ‘표적’으로 계약 해지”…뉴진스 팬 1만2357명 탄원서
“신의성실 위반이자 K팝 권력구조의 시험대”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36개국에 흩어져 있던 뉴진스 팬덤이 한국 법원 앞에 결집했다. 멤버 한 명(다니엘)을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자, 글로벌 팬 1만2357명이 공동 명의로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탄원서가 제출된 것은 지난 3월로 그룹 뉴진스의 전 멤버 다니엘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레코즈 대표)를 상대로 어도어가 제기한 431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14일 이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어도어는 최근 법무법인 리한을 새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뒤 지난 8일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심리를 속행했다. 다니엘과 민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2월 어도어가 다니엘에 대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막을 올렸다.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 가족이 분쟁 상황을 초래했다고 판단해 전속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위약벌을 포함한 총 43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3월 변론준비기일에서 양측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다니엘 측이 "어도어가 피고 범위를 확대하고 기일 연장을 신청하는 등 의도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신속한 심리를 요청하자, 어도어 측은 "쟁점이 복잡해 검토 시간이 필요할 뿐 지연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미국·일본·중국·영국·독일·필리핀·인도네시아 등 36개국 팬 1만2357명이 이름을 올린 탄원서는 어도어의 다니엘 계약 해지를 크게 네 갈래로 비판하고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그룹 완전체의 사실상 해체, 대형 기획사의 권리남용, 그리고 아티스트 개인이 감당해야 할 시간의 무게다. 팬덤 '버니즈(Bunnies)'를 중심으로 결집한 이들은 "이번 소송은 단순한 개인의 분쟁을 넘어 K팝 산업의 권력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탄원서가 가장 무겁게 다룬 것은 어도어의 '입장 번복'이다. 어도어는 앞선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신뢰 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정규 앨범 및 월드 투어 등 후속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수차례 밝히며 멤버들의 복귀를 요청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뉴진스 멤버 5인은 지난해 11월12일 전원 어도어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2월29일, 어도어는 다니엘에 대한 계약 해지를 전격 통보하고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탄원인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다니엘만을 표적으로 삼은 계약 해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다니엘의 그룹 내 비중도 탄원서가 강조한 대목이다. 다니엘은 데뷔곡 'Attention'을 비롯해 'Super Shy', 'ASAP', 'Cool With You', 'How Sweet' 등 주요 트랙에 작사가로 참여해 온 핵심 멤버다. 탄원인들은 "K팝 그룹은 기업의 지식재산(IP)이기 이전에 팬들과 형성한 정서적 유대의 결실"이라며, 어도어가 최근 그룹 공식 프로필(스포티파이)에서 멤버 이름을 삭제하고 'New Jeans' 5억 스트리밍 달성 기록을 알리는 과정에서도 멤버 사진이 빠진 이미지를 사용한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NEWJEANS IS FIVE' 해시태그가 확산되며 5인 체제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결집되고 있다.
탄원인들은 이번 사안을 K팝 산업 전반의 권리남용 사례로 확장해 바라봤다. 어도어가 과거 소송에서는 뉴진스를 회사 존립에 필수적인 아티스트로 내세워 복귀를 호소했음에도, 이제는 스스로 그룹의 미래를 흔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탄원서에는 "어도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다니엘의 활동을 중단시켜 놓고 잔여 전속 기간의 매출 상당액을 위약벌로 청구하는 것은 상식과 법리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이다. 이러한 행태가 용인되면 어떤 아티스트도 거대 자본의 부당한 요구에 저항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아티스트가 입는 손실은 회복 불능에 가까워진다는 호소도 담겼다. 탄원인들은 "거대 기업에게 재판 기간은 단순한 소요 시간일 수 있지만, 아티스트 개인에게는 평생 쌓아 온 커리어가 무너질 수 있는 치명적인 시간"이라며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거듭 요청했다.
다니엘을 제외한 뉴진스 멤버 가운데 해린·혜인·하니는 이미 어도어에 복귀했고, 민지 역시 어도어와의 재합류 문제를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다니엘의 거취만이 미정으로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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