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칼국수’ 시켰는데” 죄다 면만 한가득, 왜 이러나 했더니…조개가 사라진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5. 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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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이 잘 보이지 않는 바지락 칼국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바지락이 수북한 게 제맛인데’

흔히 ‘바지락 칼국수’ 하면 떠오르는 모습. 한 그릇만 주문해도,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지락이 가득 쌓인 게 통상적인 이미지다.

면 위에 올려진 바지락을 하나하나 까먹다 보면, 어느새 면이 불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

바지락 칼국수 위에 바지락이 수북이 쌓여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요즘 이런 바지락 칼국수,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한 그릇에 만 원을 넘나드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바지락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 조개’ 바지락이 점차 귀해지고 있기 때문. 빠른 속도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며, 생산량이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영향이다.

물론 바지락뿐만 아니다. 여타 조개류의 경우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고 있다. 생선류와 달리, 해양 환경 변화에 맞춰 서식지를 옮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바지락.[게티이미지뱅크]

바지락은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대표하는 조개. 4~5월, 지금 시기에 가장 살이 차고 맛이 좋은 조개로 취급된다. 산란기 직전이기 때문에 살이 차오르고, 국물 요리에 활용했을 때도 맛이 가장 진하게 우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바지락은 특히 서민 조개의 상징과 같다. 서해안 갯벌에 나가 호미로 바닥을 긁기만 해도 한 줌씩 잡히던 조개. 서해안에서는 양식이 이뤄지며 1980년대부터 급속히 생산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지속해서 생산량이 줄고 있다.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지락 생산량은 1989년 8만3843톤에서 2023년 4만2330톤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2024년에는 2만1548톤으로 최대 수확 연도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생산량도 2만851톤으로 추정되며, 빠르게 생산이 줄었다. 이에 따라 가격도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국민 조개’ 바지락의 생산량이 감소한 원인으로는 갈수록 줄어드는 갯벌 면적, 어장의 노후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간척, 매립, 연안 개발 등으로 갯벌 면적이 줄어들고 물길이 바뀌는 등 서식 환경이 바뀐 것.

폐사 바지락 [경기도 제공]

하지만 최근 급격한 생산량 감소의 가자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특히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며, 바지락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여름철 바지락 폐사율은 평균 4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지락은 여름철 수온 30도 이상에서 9일간 지속되거나 저염분 상태에서 10일간 지속될 경우 폐사가 유발된다. 일교차가 10도 이상인 날이 11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폐사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여름철은 바지락이 산란 후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 고수온 등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날 경우 폐사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적정 수온은 15~22도 수준.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여름 해수면 온도는 최고 30도를 넘어서는 수준. 가장 더운 여름 중 하나였던 지난 2024년의 경우 경기도 해역에 약 41일 동안 고수온 특보가 발령됐다. 이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경기도 패류 생산량은 543톤으로 최근 5년 평균(763톤)과 비교해서 29%가량 줄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해 급격히 늘어나는 ‘국지성 집중호우’ 또한 바지락 폐사의 원인이 된다. 짧은 기간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다. 비가 많이 오면 갯벌 지역에 민물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바닷물 염분이 낮아진다. 이 경우 바지락은 먹이활동을 멈추고 폐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바지락.[게티이미지뱅크]

1968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나라 주변 표층 수온은 1.6도 상승해,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보다 2배 이상 빠르게 해양 온난화가 진행됐다. 최근 10년간 매년 0.09도씩 수온이 오르고 있는 셈. 폭염 특보 또한 1991~2020년 평균 11일에서 2025년 29.7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또한 방심할 수 없다. 올겨울부터 초봄까지 수온은 이미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월부터 7월까지 해수면 온도 또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기온 상승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갯벌.[게티이미지뱅크]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지락 생산 전망 또한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필규 국립부경대 자원환경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바지락 생산량 변화 관련 논문을 통해,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배출하는 경우 2041∼2050년 바지락 생산량은 2000∼2022년 대비 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조개류 생산량 감소 사례는 ‘바지락’뿐만 아니다. 1~2월이 제철인 남해안 새조개 또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폐사 반복되며,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또한 제철 새조개 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 2배가량 상승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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