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동굴·표층 복합 처분… 방폐물 관리 효율 높였다 [르포]

이유범 2026. 5. 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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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의 해안을 끼고 불구불 이어지는 31번 국도를 벗어나면 산길과 함께 철조망과 경고 표지판이 차량을 가로막는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관리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이른바 '방폐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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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폐장 2단계 표층처분시설 가보니
처분기 20기 일렬종대 배치
경제성 높은 표층 방식 도입
동해안 산불 대비 수막 설비
반감기 고려 300년 관리 설계
자연 방사선 年 4% 수준 배출
경주 방폐장 내 표층처분시설의 전경
【파이낸셜뉴스 경주(경북)=이유범 기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의 해안을 끼고 불구불 이어지는 31번 국도를 벗어나면 산길과 함께 철조망과 경고 표지판이 차량을 가로막는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관리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이른바 '방폐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방문한 이 곳에서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식'이 개최됐다. 표층처분시설의 준공으로 국내는 앞으로 늘어날 중저준위 폐기물을 더욱 안정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됐다.

행사장 뒤편으로 이동하자 상부가 열린 직사각형 형태의 처분고 20기가 일렬로 배치돼 있었다.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는 거대한 이동형 크레인 쉘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지붕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방폐물 처분 작업을 수행하는 이동형 설비였다.

현장 설명에 나선 이경환 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장은 "처분 차량이 들어오면 크레인이 방폐물 드럼을 들어 올려 처분구 안으로 이동시킨다"며 "처분 완료 후 콘크리트 슬래브로 밀봉한 뒤 다음 처분구로 이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설은 국내 첫 '표층처분' 방식이다. 기존 1단계 동굴처분시설이 중·저준위 방폐물을 모두 지하 암반 동굴에 보관했다면, 앞으로는 저준위·극저준위 폐기물을 별도 분리해 지표 인근 표층 시설에 처분하게 된다. 또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의 설계도 준비 중이다.

이번 준공으로 경주 방폐장은 기존 1단계 동굴처분시설과 함께 세계 최초로 단일 부지 내에 동굴과 표층이라는 복합처분시설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원자력환경공단이 기존 둥굴처분시설과 달리 표층처분시설을 2단계로 선택한 이유는 경제성에 있었다. 방사능 농도는 낮지만 오염돼 있어 일반 폐기물로 버릴 수 없는 저준위 폐기물의 경우 땅속 깊은 곳에 폐기를 하지 않아도 큰 위험이 없기 때문에 표층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경주방폐장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지난 몇 년 사이 동해안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은 방폐장 운영진에게도 남 일이 아니었다. 시설 외곽 경계선을 따라 설치된 수막 설비가 그 흔적이다. 산불이 시설 인근까지 번질 경우 자동으로 대량의 물을 분사해 불길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다.

"방사성 물질이 있는 시설인 만큼 만에 하나의 가능성도 차단해야 합니다. 수막 설비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겁니다."

처분 후 시설이 완전히 폐쇄되더라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폐기물에 포함된 세슘-137의 반감기는 약 30년. 방사능이 자연 수준으로 낮아지기까지 10번의 반감기, 즉 약 300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폐장은 이 300년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정상 운영 중 시설 외부로 배출되는 방사능은 연간 0.1밀리시버트(mSv) 이하로 제한된다. 이는 일반인의 연간 자연 방사선 피폭량(약 2.4mSv)의 4% 수준이다.

이원주 기후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준공된 만큼 1단계 동굴처분시설과 함께 준위별로 나눠서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허가, 건설기간 등 불필요한 지연이 없도록 미리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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