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된 ‘한동훈 독직폭행’ 사건의 재구성

전혁수 2026. 5. 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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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한동훈 후보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부터다.

윤석열 검찰과 문재인 정부의 갈등은 2020년 3월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리는 채널A 사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사건은 채널A 기자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내기 위해 사기 혐의로 수감돼 있던 사업가를 회유·압박했다는 내용이 골자로, 윤석열의 오른팔로 불렸던 한동훈 당시 검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검찰은 채널A 사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팀은 난관에 부딪혔다. 채널A 기자는 휴대전화와 PC를 초기화했고, 한동훈 검사는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권한을 남용해 한동훈 검사에 대한 수사·감찰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그러던 중 검찰의 수사 의지를 완전히 꺾은 사건이 2020년 7월 29일발생했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한동훈 검사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수사팀을 이끌던 정진웅 검사는 서울고검 수사를 받고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독직폭행은 공무원이 직무 권한을 남용해 폭력·가혹행위 등을 저지르는 중범죄다. 이 사건은 한동훈 검사를 표적수사로 탄압받는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각인시킨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2년 후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뉴스타파는 정진웅 검사의 무죄 판결문을 입수해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무죄' 한동훈 독직폭행 사건의 재구성

2020년 7월 29일 조선일보가 한동훈·정진웅 두 검사의 몸싸움을 보도한 기사에는 삽화 한 점이 함께 실렸다. 삽화를 보면, 한동훈 검사의 소파가 뒤로 넘어가 있고, 정진웅 검사가 한동훈 검사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다. 마치 정진웅 검사가 한동훈 검사를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듯한 모습이다.

조선일보의 삽화는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돼 '한동훈 독직폭행'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조선일보 삽화와 차이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채널A 사건 수사팀은 2020년 6월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한동훈 검사가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수사는 공전하고 있었다. 결국 수사팀은 2020년 7월 22일,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 유심칩,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추가 발부받았다.

2020년 7월 29일,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한동훈 검사가 근무하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을 찾아갔다. 수사팀이 도착한 오전 11시 경, 한동훈 검사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다가 수사팀과 마주쳤다.

수사팀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온 한동훈 검사는 수사팀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읽던 중,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요청했다.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 검사는 한동훈 검사의 요청을 허용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한동훈 검사가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듯한 모습을 본 정진웅 검사가 "이러시면 안 된다"며 제지에 나선 것이다.

왜 그랬을까. 한동훈 검사는 2020년 7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당시 한동훈 검사를 조사실로 안내한 수사관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가 휴대전화를 들어 얼굴 앞으로 대고, 마스크를 내려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가 평소 안면 인식을 통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동훈 검사가 안면 인식이 아닌 무언가를 누르는 모습을 보이자, 자료를 지우거나 새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 무언가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한 것이다.

정진웅 검사가 급히 다가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손을 뻣자, 한동훈 검사는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으려 몸을 뒤로 젓히며, 정진웅 검사가 다가오는 방향의 반대편으로 휴대전화를 쥔 손을 뻗었다. 정진웅 검사는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잡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몸이 겹친 두 사람은 소파 옆으로 함께 떨어졌다.

판결문에 나온 내용을 그림으로 재연해보면, 당초 세간에 널리 알려졌던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논란 삽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의 몸싸움은 수사관이 한동훈 검사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직후 끝났다. 한동훈 검사는 정진웅 검사에게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새 것으로 교체했는데,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는지 정진웅 검사가 어떻게 아느냐는 취지였다.

한동훈 : 전화를 하려고 열었는데 갑자기 날 잡고 넘어뜨렸어요.

정진웅 : 원래 페이스 아이디 이용하시지 않습니까?

한동훈 : 안 해요. 이건 안 했어요. 안 했다고. (중략) 내 폰이 어떻게 되는지 본인은 모르시지. 이거 새 폰이잖아요.
- 한동훈-정진웅 대화 (2020.7.29)

판결문에는 몸싸움 후 정진웅 검사가 확보한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 화면을 구현한 그림이 담겨 있다. 이 그림에는 "아이폰을 재시작한 후에는 사용자 암호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긴 비밀번호 입력창이 나타나 있다.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1심 판결문 일부.

아이폰은 휴대전화 잠금해제 방법을 비밀번호로 설정하든 안면 인식으로 설정하든, 휴대전화를 재시작하면 페이스 아이디가 아닌 비밀번호를 적어야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이에 동행했던 다른 수사팀 검사가 한동훈 검사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가 켠 것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한동훈 검사는 확인을 거부했다.

한동훈 전치 3주 진단서, 법원 인정 못 받아

법원은 한동훈 검사가 검찰에 제출한 '전치 3주 진단서' 내용도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동훈 검사는 2020년 7월 29일, 한 의원급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후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상해진단서에는 질병명이 '경부의 인대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 관절의 염좌 및 긴장, 견갑대의 염좌 및 긴장, ‘NOS’라고 기재돼 있다. NOS는 'Not Otherwise Specified'의 약자로, '상세불명'이란 의미다.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1심 판결문 일부.

그런데 당시 한동훈 검사를 진료한 의사는 법정에 출석해 "피해자 상병을 경추부 염좌로 진단했으나 컴퓨터 질병 분류상 진단서에 기재된 것이고, 실제로는 인대의 상병으로 진단할 만한 손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염좌'가 맞는지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염좌는 멍이 들거나 통증을 수반하는 것이 전형적인 증상인데, 한동훈 검사에게서는 그러한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정진웅 검사에게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진단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피의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검사가 유형력을 행사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한동훈 당시 검사에 편향된 보도로 여론을 호도한 점은 없었는지, 왜곡된 정보로 인해 한동훈 후보가 지금까지 정치적·사법적으로 이익을 본 것은 없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뉴스타파는 한동훈 후보 측에 정진웅 검사가 독직폭행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한 후보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취재 : 전혁수, 김태현
영상취재 : 신영철
C.G. : 정동우
편집 : 김은별
디자인 : 이도현
출판 : 임승은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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