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엄마 손맛 담은 레시피북 출간

곽성일 기자 2026. 5. 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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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먹지 마라, 30분이면 된다”…집밥 레시피북
엄마 장금자 씨와 딸 손하빈 대표가 함께 기록
된장·들기름·제철 나물로 구성된 생활형 레시피 44종
▲ 금자씨레시피

배달 음식과 간편식이 일상이 된 시대, 가장 먹기 어려워진 음식은 오히려 '집밥'이 됐다. 세미콜론이 출간한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사라져가는 집밥의 온기와 엄마의 손맛을 한 권에 담아낸 특별한 요리책이다.

이 책은 1954년생 엄마 장금자 씨와 딸 손하빈 씨가 함께 쓴 레시피북이다. 단순한 요리책을 넘어 가족의 기억과 돌봄,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이 음식이라는 형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인 장금자 씨는 40년 넘게 직접 장과 기름을 만들고 양평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가족의 식탁을 책임져 온 '집밥 애호가'다.

책의 시작은 딸의 위기감이었다. 자아성장 플랫폼 '밑미(meet me)'를 운영하는 손하빈 대표는 "언젠가 엄마가 더 이상 요리를 하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의 손맛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홍제동 골목의 원 테이블 팝업 레스토랑 '금자씨 부엌'이었다. 특별한 미식이 아니라 정성과 돌봄이 담긴 한 끼를 경험하게 한 이 공간은 예약 시작 1분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당시 '금자씨 부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엄마의 손맛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책에는 별미밥과 국물 요리, 밑반찬, 건강 후식까지 총 44개의 레시피가 담겼다.

특히 이 책은 거창한 기술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요리하면, 나를 위한 요리는 저절로 된다"는 철학을 중심에 둔다. 냉장고 속 익숙한 재료만으로 건강하고 담백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화려한 레스토랑 음식보다 매일 오래 먹을 수 있는 생활형 집밥에 집중한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도 소박하지만 깊은 정서를 품고 있다. 김가루 주먹밥과 버섯밥, 된장덮밥 같은 한 그릇 요리부터 황탯국과 시래기 된장지짐이 같은 국물 음식, 우엉구이와 황태껍질볶음 같은 밑반찬까지 한국 가정식의 정취를 담아냈다. 마지막 장에는 돌나물사과주스와 단호박생강차 같은 건강 후식도 수록했다.

무엇보다 책은 음식 자체보다 음식에 담긴 기억과 시간을 이야기한다. 딸 손하빈 대표는 버섯밥 레시피를 소개하며 "어릴 땐 기름진 볶음밥 도시락이 부러웠지만, 지금은 엄마표 버섯밥을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회상한다. 장금자 씨 역시 시래기 된장지짐이를 두고 "딸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리워할 음식이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책 곳곳에는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삶의 태도가 배어 있다. "사 먹지 마라, 30분이면 된다"는 문장은 단순히 요리를 권하는 말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또 된장과 들기름, 제철 봄나물 같은 익숙한 재료들을 통해 한국 집밥 문화의 가치도 다시 조명한다. 저자는 "한 가지 재료를 잘 사서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시간이 곧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화려한 셰프의 기술보다 오래된 부엌의 온기와 손맛,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낸 책이다. 빠르고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진 시대일수록, 오히려 가장 특별한 음식은 누군가의 시간을 들여 만든 집밥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