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기업들 中 중시” 시진핑 “개방의 문 더 열겠다”

박윤선 기자 2026. 5. 14. 18: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역의제 패키지 딜 시도
고율관세·희토류 갈등 해소 의제
300억弗 규모 관세품목 인하 추진
美, 中 10곳에 H200 칩 판매 승인
중국은 소고기 수입승인 갱신 연장
미국선 AI칩 수출 반대 여론도
외교·안보 문제 얽혀 곳곳 암초
14일 미중 정상회담차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이 환영 행사에서 미국 국가가 흘러나오자 경례하고 있다. (첫째줄 왼쪽부터)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뒤로 젠슨 황(둘째 줄 오른쪽 첫 번째)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세 번째) 테슬라 CEO, 팀 쿡(〃 네 번째) 애플 CEO 등 기업인들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약 7개월 만에 다시 대좌해 양국 무역 전쟁의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개방의 문은 갈수록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졌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존중하고 중시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한 미국 기업인들을 접견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란 전쟁과 대만 문제 등 굵직한 정치·외교 이슈와 더불어 양국의 무역 갈등 해소가 주요 의제로 꼽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상호관세’ 정책을 내세워 중국산 반도체에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매겨왔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인 희토류 수출을 틀어막으며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었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고율 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등을 1년간 유예하기로 약속했지만 합의 만료 시점은 벌써 수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개방의 문은 갈수록 더 크게 열릴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중국과 호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환영하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더 넓은 전망을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동행한 미국 기업인들을 한 명씩 시 주석에게 소개하며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 미국 재계의 뛰어난 대표들을 함께 데려왔다”며 “이들은 모두 중국을 존중하고 중시하고 있으며 나는 이들이 대중 협력을 확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미국에도 완전히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양보한 만큼 중국도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중은 관세 협상이라는 빅딜 대신 점진적·사안별로 접근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를 미국 측이 원하는 ‘5B’와 중국 측이 중시하는 ‘3T’로 정리했다. ‘5B’는 보잉(Boeing), 쇠고기(Beef), 대두(Beans),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를 뜻한다. ‘3T’는 대만(Taiwan), 관세(Tariff), 기술(Technology)을 의미한다.

미국의 의제 가운데 무역 갈등 해소와 직결된 안건은 바로 ‘무역위원회’ 설치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안보 문제를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각 300억 달러(약 45조 원) 규모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낮추고 상호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위원회는 3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번 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고위급 정상회담의 핵심 ‘합의 성과물’로 처음 제안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구체적인 품목을 직접 확정할지, 아니면 후속 회의에서 결정할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또 다른 의제로 거론된 투자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길도 다시 열릴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단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팀 쿡 애플 CEO 등 미국의 산업·기술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기업인들이 자리했다. 특히 방중 리스트에 없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막판 알래스카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면서 깜짝 방문이 성사됐다. 엔비디아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길이 막히면서 사실상 중국 점유율이 0%대로 떨어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중국으로의 H200 수출을 허용했으나 중국의 규제로 인해 사실상 수출은 여전히 중단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JD닷컴 등 약 10개 중국 기업에 엔비디아 H200 칩 구매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레노버·폭스콘을 포함한 일부 유통 업체도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 10곳에 대해 미 행정부가 수출 승인에 속도를 낸 셈이다. 다만 중국이 수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실제 의미 있는 분량의 거래는 없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수입문을 활짝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껏 반목을 거듭하던 미중이 모처럼 대화 모드로 전환한 것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계 안정의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두, 쇠고기, 보잉 항공기 수출 등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고 시 주석 역시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수요를 계속해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