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까지 얼마입니까] ② “관광객은 늘었다는데”… 상권이 먼저 꺼낸 말은 “예전처럼 안 쓴다”였다
“2박이 1박 됐다”… 짧아진 체류·늦어진 예약·압축된 소비
식당·렌터카·숙박업계 “사진은 찍는데 오래 머물진 않아”
이제 관광객 규모보다 ‘어디서 얼마나 쓰는가’가 더 중요

늘상 북적이는 제주국제공항.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1만 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넘게 증가했습니다.
제주~인천 직항 노선은 10년 만에 다시 열렸고, 해외 대신 국내로 움직이는 여행 수요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관광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주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은 오는데 예전처럼 돈이 돌진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 “예약은 늦어지고 체류 짧아져”… 현장이 먼저 체감한 변화
최근 숙박업계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변화는 예약 시점입니다.
예전처럼 미리 길게 일정을 잡기보다 항공권과 숙박 가격 흐름을 끝까지 비교한 뒤 막판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달 전부터 여름 예약이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직전 예약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2박 3일 일정도 1박 2일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한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형 이상 차량 문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경차나 소형차 중심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라며 “차종보다 가격을 먼저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제주에 가면 전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부터 계산하게 된다”는 반응이 잇따릅니다.
항공권과 숙박, 렌터카, 식비를 모두 더하면 예상보다 부담이 부쩍 커지는 추세입니다.
직장인 박 모(42)씨는 “예전에는 제주를 먼저 정해놓고 일정을 짰는데 최근에는 강원이나 부산 같은 지역까지 같이 비교하게 된다”라며 “가족 단위면 체류 기간 자체를 줄이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 “사진은 남지만, 소비가 줄었다”… 달라진 관광객 동선
상권 체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음식점 업주는 “예전에는 저녁 먹고 주변 카페나 술집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식사만 하고 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카페 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한 자영업자는 “관광객 자체는 계속 보이는데 예전처럼 오래 앉아 머무는 분위기가 부쩍 줄었다”라며 “사진 찍고 바로 이동하는 손님 비중이 늘어난 느낌”이라고 체감도를 전했습니다.
이처럼 관광업계 안에서는 최근 여행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응들이 이어집니다.
과거처럼 여러 지역을 길게 도는 여행보다 SNS에서 본 장소 몇 곳만 빠르게 방문하는 압축형 일정이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항공료와 숙박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 전체 비용을 먼저 계산하는 흐름도 더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관광지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광지와 식당, 카페 소비가 길게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동선을 최대한 줄여 움직이는 경우가 늘어난 편”이라며 “유명 장소 중심으로 짧게 움직이는 여행 방식이 더 뚜렷해진 느낌”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주 관광, 이미 ‘체류 경쟁’으로 진입
이 때문에 최근 제주 관광시장 안에서는 체류형 관광 전략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짧게 찍고 이동하는 관광보다 지역 안에서 실제 시간을 보내고 소비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가 중요해졌다는 말입니다.
최근 제주 내에서는 해녀 체험과 마을 여행, 로컬 클래스, 워케이션, 야간 콘텐츠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가보다 지역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경험으로 이어졌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지역 안에서는 여전히 관광객 규모 중심 사고가 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광객은 늘고 있는데 실제 소비가 어디에 몰리고, 지역 안에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입니다.
관광객들은 이제 여행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비용과 체류 만족도, 실제 소비 부담까지 함께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주 현장에서는 지금, “얼마나 많이 왔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고 실제로 어디에서 돈을 쓰고 갔는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