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몰려온 홍콩 슈퍼리치…반도체장비·전력株 열공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2026. 5.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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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證 '코리아 포럼' 가보니
홍콩 초고액자산가·헤지펀드
AI 수혜주·삼전 파업 전망 등
韓증시 심장부에서 질문 공세
삼전닉스 레버리지ETF 투자자
"수익률 더블됐다"자랑하기도
14일 홍콩 고액 자산가들이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열린 '코리아 밸류업 투자 포럼'에 참석한 뒤 강남구에 위치한 '하나증권 THE 센터필드 W'를 방문해 PB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정재원 기자

2000㎞가 넘는 하늘길을 뚫고 서울을 찾은 홍콩 억만장자(billionare)들의 발길은 '명소' 광화문도 '부촌' 청담동도 아닌 여의도 증권가로 향했다. 사천피 무렵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기록 중인 그들은 이제 '삼전닉스 너머'로까지 눈을 돌렸다.

14일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열린 '코리아 밸류업 투자 포럼'에 홍콩 고액 자산가와 헤지펀드·패밀리오피스 관계자 30여 명이 방문했다. 방문자들은 우리 돈 수조 원을 굴리는 초고액 자산가다. 이들은 카이스트 교수의 인공지능(AI) 특강이 끝난 뒤 '그래서 수혜주가 뭐냐'는 솔직한 질문을 던졌고 국내 기업 투자설명회(IR) 담당자에게는 사업 비전을 물었다.

행사 개시 시각인 오전 9시 무렵까지만 해도 홍콩 고액 자산가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본행사 첫 연사로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나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황 센터장이 "올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4조위안(약 880조원)으로 전망된다"며 "코스피 1만~1만2000선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하자 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황 센터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 거버넌스 역시 투명해지고 있다"며 "내년까지는 국내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발표자는 '괴짜 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김 교수가 글로벌 AI 발전 흐름도가 담긴 발표 자료를 꺼내들자 고액 자산가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알파고는 바둑만 잘 두고 챗GPT는 대화만 잘하지만 인공일반지능(AGI)은 인간의 모든 능력에 대응한다"며 "올여름 고대역폭플래시(HBF) 기업에 잘 투자하면 3년 전에 SK하이닉스에 투자한 것과 같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주인 한 고액 자산가는 김 교수에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문제가 길어지는데 한국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최근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은 AI 시대 자본 분배 문제를 화두로 올렸다고 분석했다.

이어지는 IR 시간에는 '변압기 3사' 중 2사인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반도체 장비기업 한미반도체가 기업 비전을 소개했다. 모두 AI 발전 과정의 수혜주로 거론되는 기업들이다. 특히 토큰 수요가 폭증하는 에이전틱AI 시대에는 전력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변압기 기업들이 이날 행사의 화두로 올라섰다.

고액 자산가들은 IR 담당자에게 "핵심 고객사 수주는 언제 시작되나" "국가별 수익 비중은 어떻게 되나" "최근 경쟁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중국 반도체 기업에 납품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지난해 홍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이후 홍콩 고액 자산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배 레버리지'는 최근 순자산 72억달러(약 11조원)까지 성장해 세계 최대 규모 단일주식 레버리지 ETF가 됐다.

자신을 중국 저장성 출신의 사업가라고 소개한 고액 자산가에게 기자가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냐"고 묻자 "보유한 지 꽤 됐다"며 "SK하이닉스도 투자 중"이라고 밝혔다. 조심스럽게 수익률에 대해 질문하자 "더블(100%)"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착이 있다"며 한국 주식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시장 투자 규모는 매년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액은 1576조원으로, 2024년 말(673조원)보다 134% 급증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외국 개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접근성이 강화돼 직접적인 '종목 투자'까지 가능해진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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