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심없는’ 기술 넘어, 공존의 플랫폼으로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정보통신 기반의 플랫폼은 우리 사회에 전례 없는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 온라인 쇼핑, 배달, 숙박 등의 사례처럼 공급자와 수요자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배가되는 네트워크 외부경제 효과로 편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랫폼 경제에 AI 알고리즘이 부가되어 거래비용이 더욱 낮아지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 현대 경제성장의 가장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처럼, 소수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는 시장 지배력의 강화와 더불어 독과점 및 오남용이라는 심각한 폐해를 초래했다. 양면 시장의 대표적 사례인 숙박 플랫폼은, 숙박업(공급자)과 여행객(수요자)을 연결하여 모두에게 효용을 제공하고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그런데 플랫폼에 종속된 영세 숙박업자의 일부는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등 안타까운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의 통제력 강화는 생태계 참여자들의 전환비용을 높여 잠금효과를 계속 고착시키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개방과 공유의 정신으로 하이퍼텍스트와 링크를 통해 세계의 정보를 연결하는 혁명을 일으켰지만, 거대 플랫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우리는 데이터의 분산과 주권 회복을 외치는 웹3.0 시대에 진입했으며, AI는 일상 생활과 산업 현장의 곳곳에 안착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고도화되었음에도 플랫폼 기업의 역기능은 여전히 타파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능화된 AI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 여론 조작, 정보 편차, 그리고 감시 사회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분배 왜곡과 사회 격차라는 새로운 차원의 역기능을 야기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도입이 곧바로 공정한 가치로 이어지지 않음을 뼈저리게 깨닫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류의 과학기술 혁신은 지속되고 있다. 미래 세상은 현실-가상-혼합의 3D 공간과 콘텐츠,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자율 디바이스, AI 솔루션 내재화로 전환될 것이다. 이미 3D 시뮬레이션의 상호작용, AI 기반의 가상세계 구축, 자율 이동장치의 운행, 피지컬 AI의 다크팩토리 조성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가상이 동기화되는 다양한 메타 월드에서 플랫폼 경제의 역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정교한 철학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발전과 플랫폼 경제에 우리가 지켜야 할 이념으로 ‘LeFra’(레프라) 철학을 제언하고자 한다. 영문으로 표기한 이유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가장 중요한
‘L’(Liberty, 자유)은 중앙화된 거대 조직에 종속되어 구속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 의지가 존중받고 누구나 자율성을 향유하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두 번째 ‘E’(Equity, 형평)는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되, 사회적 약자 등에게는 균등이 아닌 비대칭 정책으로 실질적 균형을 지향한다.
세 번째 ‘F’(Fairness, 공정)는 플랫폼의 독과점 이윤이 아닌 투입-산출과 과정-결과에서 기여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한 시스템을 말한다. 네 번째 ‘R’(Righteousness, 공의)은 사회적 합의와 올바른 법제도 안에서 플랫폼이 작동되고, 어떠한 기술이나 환경에서도 인간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는 규범을 뜻한다.
마지막 ‘A’(Authority, 권한)는 플랫폼이 개인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통제하는 것을 막고, 사용자 본인이 자신의 신원과 자산에 대해 독립적이고 완전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LeFra 철학은 논어의 ‘견리사의’(見利思義) 가르침과 존 로크의 ‘천부인권’(天賦人權) 사상을 반영한 것이며, AI 생명윤리 관점에서 프랑수아 라블레의 명언 ‘양심 없는 과학은 영혼을 파괴할 뿐이다’를 준수한 것이다. 즉 현재의 디지털 기반 플랫폼 경제에서 미래의 과학기술 혼합 세상을 어떻게 구축하고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사람이 개입하여 운영되는 플랫폼은 항상 중립적일 수는 없다. 특히 거버넌스 주체들의 의지와 알고리즘에 의해 LeFra 철학마저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적 대안 뿐만 아니라 국가와 공공기관은 물론 자율조직이 적극 관여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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