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를 기술로 보지만…日은 사람과 조직에 AI를 입힌다
美中, 무인공장 만들기 목표
유럽도 공장 자동화에 집중
日 '사람-AI-현장' 조화 강조
기계硏 "기술로 고령화 해결
한국도 일본AX 참고해볼만"

일본의 한 자동차 조립 공장.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작업자가 복잡한 공정을 능숙하게 처리한다. 신입 사원이 몇 년에 걸쳐 어깨 너머로 배워야 할 이른바 장인의 '암묵지'(눈에 보이지 않는 노하우)다. 고령화로 장인들 은퇴가 이어지면서 기술 단절 위기가 닥치자, 일본 제조업은 인공지능(AI)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장인의 노하우를 AI로 학습시켜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고, 작업자와 AI가 대화하며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한국기계연구원(KIMM) 기계정책센터는 14일 '일본 제조 AX(인공지능 전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제조업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사람' 중심의 혁신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日 '제조업 고령화' 기술로 돌파
AX는 디지털 전환(DX)에서 한 단계 나아가 AI를 산업 전반에 적용해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일본의 AX는 기계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의 숙련도를 높이고 조직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다른 제조 강국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김철후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미국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통합과 무인 공장을 추구하고, 중국은 거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에 집중하며, 독일은 공장 자동화 자체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 일본은 철저히 현장 노동자와 AI의 '협력'에 방점을 찍고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기술로 돌파하고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 도요타 '가이젠' 정신에 AI 입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산업의 AX 전략은 '사람·AI·현장'의 조화에 맞춰져 있다. 특히 도요타·혼다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AI를 끌어안고 구체적인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끊임없이 현장을 개선하는 '가이젠(Kaizen)' 철학을 AI에 접목했다. 가이젠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 작업자들이 매일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업무 방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일본 제조업의 혁신정신이다. 도요타는 이 철학을 AI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여러 부서가 큰방에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특유의 '오오베야(대방)' 문화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도요타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다중 AI 시스템을 구축해 오랜 기간 축적된 베테랑 숙련공들의 암묵지를 디지털 지식으로 자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현장 작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설비 보전 등에 필요한 관리 앱 40여 개를 직접 개발해 사용 중이다.

◆ 혼다 '와이가야'로 사람·AI 협업
혼다 역시 직급에 상관없이 왁자지껄하게 끝장 토론을 벌이는 '와이가야' 문화를 AI에 이식했다. '협업형 A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이를 실제 공정 최적화에 투입한 것이다. 혼다 공장에는 작업자와 대화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AI 시스템이 도입됐다.
예를 들어 엔진 조립 라인에서 예기치 못한 부품 결합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작업자가 AI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질문하면 AI가 과거 데이터 수조 개를 순식간에 분석해 "A 볼트를 먼저 조인 뒤 B 공정을 진행하라"는 식의 최적 해결책을 제안한다. 기계가 일률적으로 사람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AI라는 강력한 지능을 비서처럼 활용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고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사례다.
이를 바탕으로 혼다는 실제 아주 적은 수의 불량 샘플 데이터만으로도 엔진 실린더 부품의 결함을 100% 검출해 내는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했다.
◆ 한국, 대·중기 협력모델 확산을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로봇과 디지털 트윈 등 '피지컬 AI'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하드웨어적 성과에 비해 현장 인력들이 AI를 자신의 도구로 내재화하고 조직 문화로 녹여내는 소프트웨어적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고 짚었다.
특히 대기업에 치중된 혁신이 중소기업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점, 우수한 AI 인재들이 제조 현장을 기피하고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로만 쏠리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도 한국 제조업 AX의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글로벌 제조 경쟁력은 뛰어난 AI 기술을 도입했느냐보다 그 조직이 AI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도구로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한국도 현장 작업자가 AI와 협력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현장 중심의 AI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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