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술서 AI데이터로 …'혁신 창조' 협업 방식이 바뀐다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6. 5.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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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도 진화
앤스로픽 손잡은 빅테크 아마존
클로드 고도화에 자사 칩 제공
빅데이터 확보해 칩 성능 향상
AI산업, 데이터 확보·실증 중요
기술선점으로 승자독식 노려
국내선 GS리테일·LG유플 등
협업으로 매출 증대·보안 강화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에 뛰어든 빅테크 기업 아마존이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최대 250억달러를 투자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앤스로픽을 아마존웹서비스(AWS)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편입시켰다. 역사적 규모의 투자를 받은 앤스로픽은 아마존 AI 반도체 트레이니엄과 인퍼런시아를 활용해 차세대 클로드 모델 고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앤스로픽은 아마존 칩을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아마존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워크로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차세대 칩 설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

AI 시대 아마존 행보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지분 투자나 인수 등 방식으로 협력했다면, 이젠 AI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며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임 체인저' 파트너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짙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외부 아이디어를 활용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혁신 이론으로, 헨리 체스브러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2003년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이후 수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이를 활용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스타트업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협업으로 백신 개발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고 2021년 한 해에만 약 36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 아마존, 로봇·전기차와도 협력

아마존과 스타트업 간 협력은 위 사례뿐만이 아니다. 앞서 로봇 스타트업 어질리티로봇틱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어질리티의 휴머노이드 '디짓'을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입했다. 또 2030년까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배송밴 10만대를 도입해 아마존 물류망 전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물류 현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아마존은 차세대 자동화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 데이터를 매개로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AI의 비약적 발전은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수집과 실증 현장의 가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AI 생태계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물리적 공간에서 검증하는 과정이 성장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 GS리테일, 데이터로 음료매출 향상

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뚜렷하다. 옥외광고·리테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피치AI와 GS리테일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피치AI는 소매 매장 등에 설치된 카메라 센서를 통해 광고를 시청하는 고객의 성별, 연령대, 시선 방향, 체류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홍보물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가령 특정 지역, 시간대에 20대 남성이 많이 찾는 매장이라면 이들 취향에 맞는 스포츠 음료 등을 광고하는 식이다. 피치AI는 GS리테일과 공조해 전국 주요 GS25 편의점 광고 매체에 이를 적용했는데, 이 결과 특정 음료 카테고리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동열 피치AI 대표는 "GS리테일과 협업으로 광고 시청 특성과 구매 전환 간 상관관계를 실제 데이터로 증명했다"며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전국 단위 유통 테스트베드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 큰 자산"이라고 밝혔다. 피치AI는 이러한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일본 시즈오카철도, 난카이전철 등과도 계약이 성사됐다. 또 호시노리조트·호텔과 디지털 전환(DX) 사업 제휴를 맺었다.

◆ LG유플러스 보안 강화 비결은

AI 보안 스타트업 에임인텔리전스도 LG유플러스와 협력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에임인텔리전스는 AI 모델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레드팀 솔루션과 AI의 위험 행동을 제어하는 가드레일 솔루션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AI의 환각이나 보안 설정 무력화 등에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 정보 보안 강화가 예상된다. 에임인텔리전스는 LG유플러스와 협업으로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자사 솔루션을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모델을 구체화했다. 그 결과 기업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며 지난달 1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학계도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마르쿠스 홀게르손 스웨덴 샬머스공과대 교수는 2024년 10월 발표한 'AI 시대의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AI 발달이 △데이터 공유 확대 △스타트업 발굴 방식 변화 △신규 아이디어 확보 수요 감소 등 변화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간 데이터 협업 방식의 경우 스타트업이 수요 업체의 내부 데이터를 직접 넘겨받지 않고도 공동으로 AI를 훈련시키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이 환자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도 AI 진단 모델을 구축하거나, 은행이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금융 사기 탐지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식이다. 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고질적 문제였던 정보 유출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협업 대상 스타트업 발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협력사를 찾았다면, 이제는 AI가 전 세계 특허·논문·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파트너를 추천하는 게 가능해졌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인간 수준 이상의 아이디어를 직접 도출하면서 과거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이었던 '외부 아이디어 발굴' 기능이 다소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인간과 AI가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AI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아이디어 생성을 맡고 인간은 직관, 윤리적 판단 및 실행과 관계 구축을 담당하는 구조다. 홀게르손 교수는 "AI는 좋은 아이디어를 고르는 것보다 나쁜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데 탁월한 강점이 있다"면서 "인간 전문가들은 AI가 1차 선별한 아이디어를 최종 판단하는 역할로 옮겨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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