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내비친 시진핑, 무역·비즈니스 강조한 트럼프···“9년 전과 달라진 양국 관계”

전현진·박은하 기자 2026. 5. 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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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대회당 앞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약 9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곳곳에서 보여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만만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자랑하며 경제 이슈에 역량을 집중하는 듯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CNN 등 매체가 전한 회담 내용을 보면, 시 주석은 중국의 자신감과 미·중 관계를 재구축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 주석은 “2026년을 새로운 대국관계의 이정표가 되는 해로 만들자”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전과 다른 대등하게 관계를 맺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건설적 전략안정관계’ 구축을 양국 관계의 새 좌표로 삼는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향후 3년, 혹은 더 긴 시간 중·미 관계의 전략적 지침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에 대해서도 “평등한 협상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한국에서 이뤄진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경제 관련 회담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긍정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며 “어렵게 만든 현재의 좋은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가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경고도 남겼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부딪치거나 심지어 충돌할 것이고,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중국이 대만해협의 군사 위기”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의 회담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만 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일정에 동행한 일론 머스크 등 기업인을 정상회담에서 한 사람씩 소개하기도 했다. 모두 발언에선 이란·우크라이나 등의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무역과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환상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주 빠르게 해결했다”며 “당신의 친구가 되어 영광이다. 양국 관계는 역대 최고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기업인 30명에게 물었더니, (방중 동행을) 모든 사람이 승낙했다. 나는 ·3등을 원하지 않고 1등만 원했다”며 “이들은 여기 당신과 중국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왔고, 이들은 무역과 비즈니스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좋은 회담을 가졌다”며 “양측은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성 확대와 중국의 미국 산업 투자 증대를 포함해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주요 기업 대표들이 회의 일부에 참석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NBC뉴스는 전했다.

백악관은 이어 “양측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해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시 주석은 또한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 시도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향후 중국의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석유 구매를 늘리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할 수 없다는 데에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적극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정제품을 통제하면서 얻은 자신감과 이란 전쟁으로 곤란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 등을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년 전 협상과 결과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2017년 베이징 정상회담에서는 약 2500억 달러 이상의 경제 협력 성과를 내세웠지만 대부분 구속력 없는 약속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성과로 내세운 계약들이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러쉬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대규모 투자 약속 가능성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수 있다”며 “2017년 베이징 방문 당시 837억 달러 규모의 웨스트버지니아주에 대한 투자 양해각서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란·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이슈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합의점이 도출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등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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