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AI 시대 종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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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출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23년 6월, 독일 바이에른주 성바울 교회에서는 '챗GPT 예배'가 열렸다.
현재 종교 영역에서 AI의 역할은 경전 검색, 교리 해설, 설교 초안 작성, 기도문 생성, 의례 안내, 상담 보조 등에 머물러 있다.
성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어려운 교리를 쉬운 언어로 설명해 종교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계는 AI 활용에 전향적이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AI 시대에는 종교의 역할도, 성직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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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종교에 편리함 주지만
구원은 불편함에서 오는것
성직자는 불편함의 동반자
AI 시대 역할 재정의 필요

챗GPT 출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23년 6월, 독일 바이에른주 성바울 교회에서는 '챗GPT 예배'가 열렸다. 3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챗GPT가 생성한 기도와 설교, 축복의 문장을 바탕으로 대형 화면 속 아바타들이 40여 분간 예배를 진행했다. 이듬해 8월에는 스위스 루체른 성베드로 예배당에서 '인공지능(AI) 예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고해소 형태의 공간에 들어간 방문객들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예수 형상의 아바타에게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신앙과 의심에 대해 질문했다.
올해 2월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불교 경전 기반 AI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한 '붓다로이드'를 공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지난 6일 휴머노이드 로봇에 '가비'라는 법명을 부여하고 수계식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에서 멀티모달 모델로, 그리고 피지컬 AI에 이르기까지 AI의 진화는 속세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예수, 목사, 승려, 부처의 언어와 몸짓이 AI와 로봇의 형식으로 재현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종교 영역에서 AI의 역할은 경전 검색, 교리 해설, 설교 초안 작성, 기도문 생성, 의례 안내, 상담 보조 등에 머물러 있다. 성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어려운 교리를 쉬운 언어로 설명해 종교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계는 AI 활용에 전향적이다. 다만 AI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또 제한적이어야 한다. 공동체를 유지하고, 소외된 이를 돌보고,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듬는 일은 AI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AI 시대에는 종교의 역할도, 성직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핵심은 종교만이 감당할 수 있는 불편한 영역을 더 깊게 붙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의 성직자는 답변의 전문가가 아니라 불편함의 동반자로 재정의돼야 한다. 인간은 불편함을 통과할 때 비로소 변화되며, 종교가 말하는 구원은 대개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적 가르침은 실행 과정에서 불편함을 수반한다. 내 욕망과 감정, 이익과 해석을 내려놓는 것.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 만남을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는 것.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 분노와 복수의 유혹을 견디며 상대를 용서하는 것. 누군가의 고통에 응답하고 공동체의 책임을 나누는 것.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변화들이다. 이것이 십자가의 길이고, 무아와 자비의 길이다.
종교가 AI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도한 의존은 독이 될 수 있다. 즉각적인 답변과 맞춤형 위로를 주고 24시간 접속 가능한 AI 서비스는 쇼츠와 닮은 점이 많다. 짧고, 빠르고, 부담 없고, 나에게 맞춰져 있다. 불편하면 넘기면 그만이다. 종교가 이런 방식으로 소비되기 시작하면 신앙은 콘텐츠가 되고, 기도는 서비스가 되며, 공동체는 취향에 맞는 채널로 변질된다.
젊은 세대가 제도권 종교와 멀어지고, 종교 공동체에 속하는 일이 점점 더 부담스러운 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AI의 편리함에만 주목한다면 그것은 종교의 부흥이 아니라 해체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목사와 사제와 승려를 찾지 않고, 자신에게 상처 주지 않는 AI 영적 상담자를 찾을지 모른다. AI 시대 종교의 미래는 AI보다 더 편리한 종교가 되는 데 있지 않다.
[노현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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