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이슬〉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도서 탈무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사랑 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요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오래된 문장이지만 놀라울 만큼 지금의 시대를 정확히 관통한다. 우리는 흔히 많이 배운 사람을 현명하다고 여기고,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강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탈무드는 전혀 다른 기준을 말한다. 타인에게 배우려는 태도, 타인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선, 그리고 자기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힘. 결국 인간의 깊이는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자신과 타인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는 뜻이다.
특히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의 사회는 유난히 감정이 빠르게 증폭되는 시대다. 설명보다 반응이 먼저 소비되고, 숙고보다 즉각적인 감정 표출이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분노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조롱은 유머의 형식을 입는다. 냉소는 통찰처럼 소비되고, 공격적인 태도는 때로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타인을 날카롭게 몰아세우는 문장일수록 더 빠르게 확산되고, 단호한 분노일수록 더 선명한 정의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관계를 오래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상처는 사실보다 태도에서 깊어지고, 관계는 논리보다 감정의 온도에서 멀어진다. 사람들은 대개 무슨 말을 들었는지보다 어떤 방식으로 내가 대우받았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문제는 감정이 언제나 이성의 질서를 따라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억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반복된 무시는 사람의 내면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해받지 못했다는 감정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침전된다. 그래서 감정 조절은 단순한 의지나 인내의 문제가 아니다. 상처의 기억과 피로의 시간, 관계 속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인간 이해의 문제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정 조절을 참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화가 나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서운해도 침묵하는 것을 성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 말 없는 냉소가 되기도 하고, 관계에 대한 불신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피로가 되기도 한다.
진짜 감정 조절은 감정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는 일에 더 가깝다.
왜 특정한 말에 유독 깊이 상처받는지, 무엇이 자신을 오래 지치게 하는지, 왜 어떤 순간에는 마음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는지 스스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타인의 감정 또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단순한 자기관리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각과 연결된다.
탈무드는 또 말한다.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서 칭찬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타인의 가능성과 존엄을 발견할 줄 아는 자세다. 누군가의 장점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감정과 기준 속에만 갇혀 있지 않다. 반대로 내면이 메말라갈수록 사람은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공격하게 된다. 결국 배우는 태도와 칭찬하는 자세, 감정을 조절하는 힘은 서로 다른 덕목이 아니라 하나의 삶의 지향점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감정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분노는 지나치게 쉽게 정당화되고, 공격은 지나치게 손쉽게 공유된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자유와 감정을 방치하는 무책임을 자주 혼동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 반드시 진실한 태도는 아니다. 때로 절제는 침묵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기 위한 가장 치열한 노력에 가깝다.
진정 강한 사람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분노의 순간에도 자신의 언어를 함부로 잃지 않는 사람, 상처를 받더라도 타인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자기 고통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누구나 감정 앞에서 중심을 잃는 순간이 있다. 어떤 날은 작은 말에도 마음이 거칠어지고, 어떤 날은 설명할 수 없는 피로가 인간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어 놓는다. 중요한 것은 단 한 번도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끝내 자기 안의 인간다움을 놓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