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예방 전담 정부 부처를 신설하자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1만4439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평균 40명꼴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3명으로 OECD 평균(12.1명)의 두 배가 넘는다. 팬데믹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도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았다. 국가적 재난이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난 12일 YTN 라디오에서 나종호 예일대 교수는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며 대통령 직속 범부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이미 오래전부터 울리고 있는 국가적 경고다.
지금처럼 각 부처가 흩어져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 코로나19 때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국가적 위기에 대응했던 것처럼, 자살 문제 역시 전담 부처를 신설해 강력한 예방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 부처 신설이 과도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은 2006년부터 자살예방 장관과 외로움부 장관을 두어 청소년 자살률을 크게 낮추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했다.
일본은 2006년 총리 주도로 자살예방 기본법을 제정하고 범정부적 대응을 시작해 20년 만에 자살률을 40% 줄였다. 핀란드는 국가 프로젝트로 30년간 자살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미국은 988 통합 콜센터에 2조 원을 투자해 응답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청소년 자살률을 11% 감소시켰다. 강력한 정책과 예산 투입은 분명한 성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생명존중도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자살예방전담 부처를 신설해 범부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상담 인력과 지역사회 지원을 확대하자.
국가 차원에서 생명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천명한다면, 사회문화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는 덤이다. 정부는 즉각 원칙을 천명하고 조직 개편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앞서는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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