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 항문 속 숨었다…‘상어, 왜 거기서 나와?’

김지숙 기자 2026. 5. 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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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열대·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빨판상어는 스스로 장거리를 이동하기보다 상어·고래·바다거북·가오리 같은 큰 해양동물의 몸에 붙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를 보면, 빨판상어가 쥐가오리의 총배설강 안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 꼬리 끝만 보이거나 몸통 절반이 밖으로 삐져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영상에서 쥐가오리는 빨판상어의 침입에 잠시 몸을 떨었지만, '항문'에 빨판상어가 들어간 그 상태로 헤엄쳐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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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대형가오리 총배설강에 숨는 빨판상어 행동 포착
전세계 열대·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빨판상어가 대형 쥐가오리의 총배설강에 몸을 숨기는 특이한 행동이 관찰됐다. 사진은 총배설강에 숨기 직전 빨판상어 모습. 에밀리 예거/생태학과 진화 제공

전세계 열대·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빨판상어는 스스로 장거리를 이동하기보다 상어·고래·바다거북·가오리 같은 큰 해양동물의 몸에 붙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에 ‘빨판’처럼 생긴 기관으로 다른 동물의 몸에 달라붙는데, 최근 빨판상어가 예상치 못한 은밀한 곳에도 몸을 숨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이 몸을 숨긴 곳은 다름 아닌 대형 가오리의 ‘항문’이었다.

에밀리 예거 미국 마이애미대 박사과정생 등 연구진은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는 대형 쥐가오리 3종의 생태 조사과정에서 빨판상어가 가오리의 총배설강(소화·배설·생식을 함께 처리하는 기관)이나 아가미 내부로 침투하는 독특하고 은밀한 공생 행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과거 빨판상어가 고래상어의 총배설강 안으로 들어가 숨는 것이 관찰된 바 있지만, 쥐가오리에게서는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에 실렸다.

전세계 열대·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빨판상어가 대형 쥐가오리의 총배설강에 몸을 숨기는 특이한 행동이 관찰됐다. 에밀리 예거/생태학과 진화 제공

논문은 국제 해양보전단체인 ‘만타트러스트’와 ‘해양대형동물재단’이 2010~2025년 정기 모니터링 과정에서 수집한 영상·사진에서 발견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자료를 보면, 빨판상어가 쥐가오리의 총배설강 안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 꼬리 끝만 보이거나 몸통 절반이 밖으로 삐져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기묘한 상호작용은 총 7번 관찰됐는데, 각각 몰디브(2건·2010년), 모잠비크(2건·2017년), 미국 플로리다 남동부(3건·2021~2025년)에서 발생했다.

비록 기록된 것은 7차례였지만 연구진은 실제 포착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행동이 관찰됐을 뿐 아니라, 바닷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생물들의 상호작용은 과소보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빨판상어가 쥐가오리의 항문에 파고드는 것을 ‘총배설강 잠수’라고 이름 짓고, 그 이유와 영향에 대해 유추했다.

쥐가오리의 총배설강 안에 빨판상어가 들어간 기록들. 7번의 사례는 각각 몰디브(A·B), 모잠비크(C·D), 미국 플로리다 남동부(E·F)에서 발생했다. 에밀리 예거/생태학과 진화 제공

지금껏 과학자들은 빨판상어와 쥐가오리의 관계를 ‘편리공생’ 또는 ‘상리공생’으로 해석해왔다. 편리공생은 상호작용을 하는 한쪽만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은 이득도 피해도 없는 관계를, 상리공생은 양쪽 모두 이득을 얻는 관계를 일컫는다. 그동안 빨판상어는 쥐가오리로부터 공짜 이동수단과 먹이를 받고, 쥐가오리는 빨판상어로부터 피부 기생충을 제거받았던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관찰을 통해 두 종의 상호작용이 빨판상어의 기생으로 기울 여지가 있다고 봤다.

‘총배설강 잠수’ 행동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모르지만, 중간 크기의 빨판상어가 총배설강 안에 머무를 경우 쥐가오리로서는 짝짓기·출산·배변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출산 직전의 암초대왕쥐가오리는 빨판상어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난다는 과거 연구에 비춰보면, 총배설강 잠수가 번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빨판상어는 도대체 왜 이런 기이한 행동을 하는 걸까? 연구진은 2023년 7월 마이애미에서 기록된 영상에서 그 이유를 추측했다. 영상은 프리다이버가 성체 대서양쥐가오리 아래로 접근하는 상황에서 촬영됐는데, 처음엔 쥐가오리 배지느러미 근처에 있던 빨판상어가 사람이 다가가자 재빨리 쥐가오리의 총배설강으로 숨는 모습이 기록됐다. 프리다이버의 갑작스러운 출현이 ‘잠수’ 행동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총배설강 잠수 행동은 포식 위험이나 기타 위협을 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쥐가오리는 빨판상어의 침입에 잠시 몸을 떨었지만, ‘항문’에 빨판상어가 들어간 그 상태로 헤엄쳐 떠났다고 한다. 다만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캐서린 맥도널드 교수는 “쥐가오리가 (빨판상어의) 그 행동을 딱히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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