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흔들려도 티빙은 성장...CJ ENM, '체질 개선' 속도 내야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5. 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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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CJ ENM

CJ ENM(035760)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증권가는 연달아 아쉬운 평가를 내놨다. 광고 시장 침체와 콘텐츠 투자 확대 영향이 겹치며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CJ ENM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297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광고 시장 침체가 꼽힌다. 미디어플랫폼 부문 TV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여기에 티빙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독점 중계권 비용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가 더해지며 손익 부담이 커졌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실적을 단순한 일회성 비용 증가로만 보지 않는다. 광고 기반 방송 사업 중심에서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 비용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회사 역시 광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TV 대신 OTT와 모바일 플랫폼을 키우는 '디지털 시프트'(Digital Shift)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방송 MTN에 "영상 광고 소비가 OTT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기존 TV 광고 시장이 축소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콘텐츠 기업들도 이에 맞춰 플랫폼과 디지털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과거 방송 산업은 TV 광고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반으로 광고 단가를 높이고, 이를 다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청 행태가 모바일과 OTT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기존 공식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광고주는 타깃 효율이 높은 플랫폼으로 예산을 옮기고 있고, 콘텐츠 기업들도 이에 맞춘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증권가 역시 콘텐츠 투자 확대와 광고 시장 둔화를 CJ ENM의 단기 수익성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광고 부진과 콘텐츠 투자가 함께 발생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제공=티빙

다만 시장이 CJ ENM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자사 OTT 티빙 성장 가능성이 자리한다. 티빙은 올해 1분기 매출 10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영업손실 역시 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업계에선 가입자 증가와 광고 사업 성장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티빙은 또 다른 국내 OTT 웨이브를 비롯해 애플TV+, HBO Max, 일본 디즈니+, SK텔레콤, 배민클럽, SSG닷컴, 롯데카드 등 다양한 플랫폼 및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멤버십·커머스 연계 전략까지 병행하며 이용자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최근 첫 방송된 배우 박지훈 주연의 '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확대 역시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증권가는 일회성 비용 부담을 제외하면 티빙의 가입자 성장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 흐름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관건은 이런 성장 동력이 여전히 막대한 투자 비용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확보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 김용희 교수는 "플랫폼 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야 초과 이윤이 발생하고, 그래야 기술 혁신과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조성현 티빙 최고사업책임자(제공=티빙)

이러한 배경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년째 표류 중인 티빙-웨이브 합병 문제도 다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현실적인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 지분을 13.5% 보유한 2대 주주 KT가 TV 가입자 감소 가능성과 지분 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시장에서는 국내 OTT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K-OTT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재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합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반응도 많지만, 이미 늦은 만큼 더 빠르게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OTT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단기 실적보다 CJ ENM이 얼마나 빠르게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TV 광고 중심 시대가 저물고 OTT와 모바일 중심 소비가 일상이 된 만큼, 티빙을 중심축으로 한 디지털 전환 성과가 향후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