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 심의도 ‘AI’로… 1000개 사업 검토 ‘척척’
유사·중복성 분석부터 회의록 요약, 검토의견서 작성, 의견 공유까지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심의위원이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국산화기술개발사업’과 유사한 사업이 있는지 정리해줘”라고 인공지능(AI) 프롬프트에 쓰자, 지난 3년간 각 부처에서 수행한 사업을 유사도 순서에 따라 선별해 화면에 나타났다.
가장 유사·중복이 높은 사업을 클릭하자 해당 사업 내용과 현황, 예산 규모 등 관련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준다. 심의위원이 “유사 사업과 차이 및 차별성을 정리해 줘”라고 프롬프트에 다시 쓰자, AI는 지난 5년간 데이터베이스(DB)에 구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료를 생성해 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올해부터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도입한 ‘예산 심의 특화 AI’ 시연회를 가졌다.
‘연구개발’ ‘예산심의’ ‘인공지능’의 앞글자를 따 ‘연·예·인’으로 명명된 AI는 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매년 5∼6월 10개 기술분야별 전문위원 166명과 예산심의 담당자들은 예산 배분·조정을 위해 내년도 국가 R&D 사업 계획을 심층 검토한다.
지난 10년간 국가 R&D 사업 수가 2배 이상 늘어남에 따라 각 부처가 작성한 수만 장에 달하는 예산 요구서를 제한된 기간에 다층·다면적으로 검토한 뒤, 검토의견서와 예산심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졌다.
특히 1000개가 넘는 사업 간 유사·중복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예산 검토를 마치면 회의록 작성, 검토의견서 작성 등 행정 업무 부담도 만만치 않아 잠도 줄여야 할 정도였다.
박상민 과기정통부 연구예산총괄과장은 “방대한 자료 검토와 서류 작성 부담을 줄여 사업 검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문위원과 예산 심의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데 초점을 맞춰 AI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보인 예산심의 특화 AI는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중 업스테이지의 ‘솔라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업스테이지 AI 모델은 GPU 등 컴퓨팅 자원과 개발 기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선택됐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개발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여했다. 특화 AI에는 지난 5년간 축적된 5000여개 국가R&D 사업 예산요구서와 기획보고서,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등을 학습시킨 데이터가 활용됐다.
또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내 1243만건 연구성과 데이터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연동해 구축됐다.
특화 AI는 대화형 질의를 입력하면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와 검토 초안을 즉시 생성한다.김미미 과기정통부 기계정보통신조정과장은 “예산 심의에서 활용 수요가 가장 많고, 전문위원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검토하는 분야가 유사·중복성 분석”이라며 “특화 AI는 유사·중복 정도가 높은 다른 사업을 찾아 주기에 전문위원들의 검토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특화 AI는 실시간 회의록 요약,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조정결과서 등 주요 문서의 초안 작성도 지원한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생소하거나 복잡한 기술 용어에 대한 해설도 제공하고, 전문위원들이 작성한 사업별 검토의견서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공동 작업도 제공한다.
임재혁 전문위원(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신규 사업의 경우 초안을 특화 AI를 통해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다”며 “특화 AI 활용으로 확보한 시간에 전문위원 간 보다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어 예산 심의의 전문성을 한층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흔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올해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기능을 고도화하고, 향후에는 각 부처에서 R&D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요구하는 전반의 과정에 특화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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